다음달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알러지 시즌을 앞두고 기존 '빅 3' 처방용 항알러지제들의 매출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많은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값싼 OTC 제형으로 스위치된 '클라리틴'(로라타딘)이 시장에 몰고 올 파장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 제철을 만난 물고기를 연상시키게 했던 지난해 알러지 시즌이 이제는 기억에서조차 아련한 먼 과거지사로 돌변한 셈이다.
쉐링푸라우社의 '클라리틴'은 지난해 12월 OTC 제형이 발매되기 전까지 한해 30억달러를 상회하는 매출을 올렸던 블록버스터 품목. 그러나 OTC 제형의 가격은 예전에 비해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한 정당 1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와이어스社는 지난해 말 '클라리틴'의 OTC 제형인 '알라버트'(Alavert)를 발매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알라버트'의 가격은 정당 57센트. 다른 제약기업들도 로라타딘의 카피제형을 앞다퉈 내놓고 시장잠식에 대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항알러지제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환자들은 조만간 한달 약값이 70달러에 달하는 처방약을 계속 복용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저렴한 OTC 약물로 바꿔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다.
환자들의 마음이 OTC로 돌아선다면 아벤티스社의 '알레그라', 화이자社의 '지르텍', 쉐링푸라우社의 '클라리넥스' 등 '빅 3' 제품들은 아무래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된 것.
'알레그라'의 경우 지난해 21억9,0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려 아벤티스社의 매출 1위 품목에 올랐다. 벨기에 UCB社가 제조하고 화이자社가 미국시장 발매를 맡고 있는 '지르텍'도 11억달러의 매출로 화이자의 '톱 10' 블록버스터 품목 대열에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뉴욕에 소재한 시장조사기관 메타 파트너스社의 샤오징 통 애널리스트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더라도 '알레그라'와 '지르텍'의 올해 매출은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칠 것이며, 의료보험사들이 환자들에게 OTC 제형으로 스위치할 것을 부추긴다면 10~20%의 매출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저간의 상황을 감안한 듯, 아벤티스社는 5일 올해 '알레그라'의 매출증가율이 한자리 수준에 그칠 것이며, 올해의 매출목표치를 하향조정한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알레그라'는 22%의 매출증가율을 구현했었다.
이날 런던증권거래소에서는 아벤티스株가 즉각 7% 가까이 뒷걸음질치는 알러지 반응(?)을 보였다.
토마스 와이셀 파트너스 증권社의 기리시 타야기 애널리스트는 "일부 의료보험사들이 OTC 로라타딘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약제비 전액을 부담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처방약 사용을 억제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르텍'의 경우도 올해 매출부진이 예상되지만, 단시일 내에 OTC 로라타딘이 환자와 의사들에게 크게 어필할 경우 매출감소 폭이 당초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뉴저지州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헤만트 샤흐는 "3품목 모두 매출이 감소하겠지만, 특히 '알레그라'가 '지르텍' 보다 훨씬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가장 큰 타격은 쉐링푸라우社가 지난 2001년 '클라리틴'의 후속약물로 내놓았던 '클라리넥스'가 입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클라리넥스'와 관련, 월街에서 회자되고 있는 올해의 매출 예상액 8억달러마저 도달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매출은 차치하고라도 OTC 제형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당장 올봄부터 공격적인 광고전략의 실천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은 기존 '빅 3' 제품들의 수익성에 깊은 주름이 패이게 할 요인"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