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buy) 바이엘 파마?
최근 제약사업 부문의 파트너를 물색해 온 독일 바이엘 그룹이 제휴과정에서 최대주주(majority control)의 지위를 포기할 수도 있음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이 같은 언급은 바이엘이 11일 7억3,200만달러를 받고 가정용 살충제 사업부를 SC 존슨社에 넘긴다고 발표하는 등 비 핵심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과 핵심사업 부문의 파트너 물색작업 등을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게 하고 있다.
바이엘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베르너 베닝 회장은 12일 그룹 주최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제약사업 부문에 대한 지배적 이권(controlling interest)를 포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그룹의 비즈니스와 투자자들을 위해 최선의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는 것. 이는 향후 제약사업부의 파트너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바이엘이 한층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견지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인 셈이다.
그는 또 "현재 우리는 몇몇 파트너 후보자들과 매우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협상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제약사업 부문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해결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바이엘 그룹의 대변인은 구체적인 협상 파트너와 협상완료 시기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12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바이엘의 주가는 9%가 뛰어오른 21.25달러를 기록했다.
메릴 린치社의 제약담당 애널리스트 제임스 나이트는 "바이엘株를 매도권장株(sell)에서 유보관망株(neutral)로 상향조정한다"며 "주도적 위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요지의 이번 발표내용은 바이엘이 파트너와 협상과정에서 군소주주(minority stake) 위치로 물러나 경영일선에서 손을 놓거나, 아예 제약사업 부문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포브스'誌는 "그 동안 제약사업 부문의 매각 필요성을 제기해 왔던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에 마침내 바이엘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엘이 최대주주 위치를 양보할 수도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메이저 제약기업들과의 협상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바이엘은 제약사업 부문의 파트너를 찾되, 그 대상은 중견기업에 국한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사실 바이엘의 제약사업 부문은 10억달러대 블록버스터 품목이었던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콜'이 지난해 8월 치명적인 근육약화 부작용 가능성으로 인해 회수조치된 이후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말까지 3,000명을 감원하고, 오는 2005년까지 1만5,000명을 추가로 정리할 계획임을 발표했던 것은 한 예. 또 제약사업 부문의 올해 3/4분기 실적 또한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난 데다 톱-셀링 항생제 '씨프로'와 항고혈압제 '아달라트'도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바이엘의 협상 파트너와 관련, 일각에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가 바이엘의 제약사업부를 매입하는데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說이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바이엘과 글락소는 이미 '비아그라'의 라이벌 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 '레비트라'(바데나필)에 대한 코마케팅 계약을 체결한 각별한 관계. 양사는 내년에 미국시장에서 '레비트라'를 발매할 계획으로 있다.
바이엘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독일인 애널리스트는 "글락소 외에도 로슈,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아벤티스 등이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