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수가협상...8년 만에 전 유형 타결
의원 1.7%·병원 2%·치과 2%·한의 1.9%·약국 3.3% 인상
전체 수가 평균 인상률 1.93%...추가 소요재정 1조3433억 원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5-31 08:58   수정 2025.05.31 12:50
2026년도 유형별 인상률 및 추가 소요재정.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 외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은 서울 당산 스마트워크센터 회의실 앞.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이하 수가협상)에서 병원, 의원, 치과, 한의, 약국, 조산원, 보건기관 등 7개 유형이 모두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2014년과 2018년에 이어 8년 만의 전 유형 타결이며, 의정 갈등 이후 처음으로 모든 유형이 한 해에 계약을 마무리 지은 사례로 기록됐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는 30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인 31일 오전 7시까지 서울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릴레이 협상을 벌였으며, 조산원과 보건기관도 협상을 통해 각각 인상률을 확정지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협상 종료 직후 재정운영위원회를 열고 협상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전체 수가 평균 환산지수 인상률은 1.93%, 상대가치 연계 인상률은 0.07%로, 총 추가 소요재정은 각각 1조3433억 원과 515억 원으로 집계됐다.

각 유형별 인상률은 병원 2%, 의원 1.7%, 치과 2%, 한의 1.9%, 약국 3.3%, 조산원 6%, 보건기관 2.7%로 결정됐다. 이 중 병원과 의원 유형은 인상률 중 0.1%포인트를 각각 투약·조제료와 진찰료 같은 저평가 항목에 별도 재정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릴레이 협상 끝 전 유형 타결…"현실적 선택, 밴드 규모·인상률 아쉬움"

가장 먼저 협상 타결을 알린 치과 유형은 새벽 2시경 인상률 2%에 합의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수가협상단장(보험부회장)은 “유형별 수가협상에 참여한 지 19번째인데 이번이 가장 어려웠다”며 “외적인 변수와 예상 못한 고려사항이 많았다”고 밝혔다.

의원 유형은 오전 5시 40분 인상률 1.7%로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 박근태 수가협상단장(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회원들의 피해와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밴딩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약국 유형은 인상률 3.3%로 5개 유형 중 가장 높은 인상률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대한약사회 오인석 수가협상단장(부회장)은 “회원들이 충분히 만족하지는 않겠지만, 공단 측의 신뢰와 배려 속에서 협상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한의 유형은 인상률 1.9%로 합의됐다. 대한한의사협회 유창길 수가협상단장(보험부회장)은 “초기에 제시받은 수치가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웠지만, 국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타결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협상에 임한 병원 유형은 오전 7시경 인상률 2%로 타결됐다.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수가협상단장(보험부회장)은 “경영난과 의정갈등 속에서 병원계의 어려움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공단의 협상 노력을 존중해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수가협상 3대 방향…균형·재정여건·행위 간 형평성 고려

공단은 이번 수가협상을 세 가지 방향에 중점을 두고 추진했다.

우선,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병원 유형의 지난해 진료실적이 감소한 점을 고려해, 실적 저하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유형 간 균형을 고려한 조정이 이뤄졌다.

또 2년 연속 보험료가 동결된 상황에서 경기 침체와 필수의료 재정투입 확대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여건이 악화된 현실을 반영해, 공급자의 경영 부담과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간 간극을 좁히는 데 주력했다.

아울러 병원·의원 유형에 대해서는 투약료·조제료·진찰료 등 저평가된 행위 항목에 재정을 연계 투입함으로써, 행위 간 형평성 문제를 구조적으로 보완하는 방안도 병행됐다.

공단 수가협상단장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는 “올해는 의료대란이라는 특수 상황 아래에서 협상이 진행된 만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이었다”며 “필수의료체계 유지, 가입자 부담 완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세 축을 고려해 균형점을 찾고자 했다”고 밝혔다.
 

△제도개선 논의는 계속…협상 구조 개편은 여전히 과제로

공단은 이번 협상에서도 ‘필수의료 보상 강화’와 ‘구조적 수가 개선’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지난해에 이어 제도발전협의체 논의를 토대로 수가 인상률 기준으로 적용된 5가지 수가조정모형(SGR 현행모형, SGR 개선모형, GDP 증가율, MEI 증가율, GDP-MEI 연계모형)을 협상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입자 중심의 재정운영위원회와 공급자 간 협의채널을 통해 수가의 합리적 분배와 구조 개선을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유형별 격차와 행위별 수가의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특히 밴드 총액을 둘러싼 각 단체들의 불만과, 단일 환산지수 인상률을 넘어선 차등 조정 논의는 향후 제도 개편 논의 과정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이날 수가 계약안을 의결하며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지불제도 마련 및 수가 결정구조 개선 △건강보험 국고지원 법정지원율 준수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 및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비급여 관리 방안 마련 △2026년 수가협상에서 실적 저하로 불이익을 겪은 치과·한방 유형에 대한 별도 수가정책 지원 추진 등의 부대의견을 의결·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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