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대체요법이 건강한 폐경기 여성들에게 미치는 효과와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되어 왔던 연구가 9일 중단 결정됐다.
이 요법이 침입성(invasive)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을 26%까지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관상동맥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폐동맥 색전증 등도 발생할 가능성도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던 점도 시험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마비의 경우 29%, 뇌졸중은 41%, 혈전이 발생할 확률은 2배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던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록 암이나 심장병이 발병할 위험률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절대수치상으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여성들이 이번 중단결정을 보고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것.
이 시험은 美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기관인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에 의해 진행되어 왔던 것으로 이달 말 발간을 앞둔 '美 의사회誌'(JAMA)에 보고서 전문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험은 50~79세 연령층으로 자궁이 손상되지 않은 1만6,608명의 여성들이 참여한 가운데 3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었다. 당초 이 시험은 오는 2005년까지 계속될 예정이었다.
시험의 주요목적은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용요법이 심장병과 고관절 골절 예방에 미치는 효과와 함께 유방암·결장암 발병과의 관련성 등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병용투여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의 효용성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최근 수 년간 엇갈린 결론을 담은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됐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의견의 일치를 보였던 대목은 호르몬 대체요법을 통해 얻어지는 효능과 위험이 상당한 개인차를 나타내는 만큼 치료에 대한 결정도 각 개인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였을 정도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600만명의 여성들이 폐경기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심장질환과 골다공증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연구를 지원했던 여성건강연대(WHI)의 자크 로소우 사무총장은 "현재 에스트로겐 대체요법을 행하고 있는 여성들은 치료의 지속 여부를 의사와 심각하게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증상완화를 위해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고 있다면, 이에 수반되는 위험보다 기대되는 효능이 더 크므로 무방하겠지만, 이 요법을 장기적으로 계속코자 한다면 반드시 재 검토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NHLBI가 공개한 자료에는 호르몬 대체요법이 고관절 골절과 결장암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 이에 수반될 수 있는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NHLBI 소장으로 재직 중인 클로드 렌판트 박사는 "폐경기가 지난 여성들에게 호르몬 대체요법이 미치는 효능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으나, 이제 효능보다는 부작용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고 말했다. 기대되는 효능에 비해 감수해야 할 부작용 발생가능성이 너무 높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또 "이번 시험에 참여했던 여성들은 고혈압과 콜레스테롤値 상승, 비만 등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워싱턴州 시애틀 소재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에 몸담고 있는 바이오 통계학자로 이번 분석작업을 이끌었던 가네트 앤더슨 박사는 "확실한 증거자료가 도출됨에 따라 시험중단 결정이 내려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스트로겐만을 투여받았던 그룹의 경우에는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도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