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임지연(가명, 47세) 씨는 지난해 부쩍 외출이 늘었다. 지난해 외동딸이 대학을 진학한 이후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인 친구들과 오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오전 시간에 관람료를 할인해 주는 공연들도 많아 문화생활도 풍족해졌다. 친구들이 미시족같은 몸매와 외모를 가꾸는데 과감히 투자하는 것을 보고 이제 가족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씀씀이를 늘리겠다고 다짐해본다.
경기 침체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지만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가치형소비가 마케팅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루비족(Ruby)’ 또는 ‘골드퀸(Gold Queen)’으로 불리는 4050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평범하고 전통적인 아줌마이길 거부하고 아름다움과 젊음을 위해서는 과감히 투자한다.
통계청은 최근 몇 년간 발표된 각 분야의 통계를 분석해 기업과 마케터 그리고 정부가 주목할 만한 ‘2014 블루슈머' 6개 아이템을 뽑았다.
블루슈머(Bluesumer)는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의미하는 블루오션(Blue Oce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블루오션의 새로운 소비자를 뜻한다.
통계청은 2007년을 시작으로 2008년, 2009년, 2013년에 그 해의 블루슈머를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통계청이 뽑은 ‘2014 블루슈머' 6개 아이템은 디지털 흔적 등을 지워주는 ‘과거 지우개족’, 결혼비용의 거품을 뺀 ‘스몰웨딩족’, 자신에게 투자하는 ‘꽃보다 누나’, 배우자와 떨어져 사는 ‘견우와 직녀’, 애완동물을 삶의 동반자, 반려자로 생가하는 ‘반려족’, 죄책감을 덜 느끼고 싶은 ‘배려 소비자’다.
‘꽃보다 누나’도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030세대의 2011년 대비 2012년의 소득 증가율은 2.9%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40대 가구의 소득은 6.7%, 50대는 8.5% 올랐다. 4050세대의 소득증가율이 2030세대 소득증가율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8월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연령별 소비구조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가구별 생활비 지출 규모는 월 평균 240만4,000원이었으며, 40대(293만9,000원)와 50대(287만8,000원)의 지출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편 생활비 관리는 '아내'가 한다는 응답이 기혼자의 59.8%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4050 여성의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연구원측은 분석을 하고 있다.
옷, 화장품, 술, 담배, 영화관람 등 본인만을 위한 지출인 개인 용돈 역시 40대(월 39만1,000원)가 가장 많았다.
불경기 속에서도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4050 골드퀸 여성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가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패션업체에서는 기존의 아줌마 패션이 아닌 4050 여성 전용 브랜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패션업체 J사가 출시한 4050 여성 전용 바지 브랜드는 45세를 전후로 허리나 복부 사이즈가 늘어나는 여성들의 체형 변화를 반영한 제품이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자 하는 4050 여성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13 건강기능식품 소비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소비의 40%를 4050 여성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갱년기 증상 완화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한약재를 끓여서 수증기를 쏘이는 좌훈요법을 즐길 수 있는 좌훈 카페도 등장했다.
2030 대상 저가 화장품 기업인 T사는 중년 타깃 온라인몰을 통해 4050 여성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를 출시했다.
외식업계도 소비시장의 큰 손인 4050 여성을 위한 이색 마케팅을 발빠르게 전개하고 있다. 외식기업인 K사는 주부고객을 대상으로 노래교실을 운영 중이며, 오전 시간이 자유로운 중년 여성을 위해 12시 이전에 방문하면 음식 값을 할인해주는 음식점들도 늘고 있다.
이밖에도 중년 여성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공연 등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