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藥 '허셉틴' 다탄두 항암효과
맥관형성 관여 다수 유전자들에 작용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2-03-22 06:14   수정 2004.05.10 17:13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트라스투즈맵)이 당초 기대했던 수준을 넘어서는 뛰어난 항암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우스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약물이 종양으로 인해 유발되는 맥관형성(angiogenesis) 과정에서 보다 광범위한 억제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것.

원래 '허셉틴'은 일부 유형의 유방암 환자들에서 과다증식하는(overexpressed) 특정한 한가지 단백질에만 관여하는 기전을 지니도록 설계된 항암제이다.

美 하버드大 의대 라케시 K. 제인 박사팀은 21일자 '네이처'誌에 게재한 논문에서 "항암제 '허셉틴'이 맥관형성 과정을 강력히 억제하는 것으로 사료된다"며 "이 연구가 맥관형성을 차단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州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생명공학기업 제넨테크社가 개발한 '허셉틴'은 세포증식 조절에 관여하는 'HER2'라는 단백질에 결합하는 기전을 지닌 모노클로날 항체 약물.

즉, HER2 단백질이 복제를 거듭하는 유형의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항암제이다. HER2 단백질이 복제되면서 암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

제인 박사팀은 이처럼 유방암 환자들에게서 과다증식하는 HER2 단백질을 주입한 마우스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제넨테크社와 국립 암연구소(NCI)의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허셉틴'을 투여한 마우스들에서 형성된 맥관의 지름과 크기가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종양세포의 증식속도를 늦추었을 뿐 아니라 마우스들의 생존기간도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이 마우스들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허셉틴'이 맥관형성을 촉진하는 유전자 4종의 증식을 억제하면서 맥관형성을 억제하는 유전자 1종의 증식을 증가시켰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인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아직도 완전히 이해되지 못한 '허셉틴'의 약효발현 메커니즘 전모를 완전히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맥관형성을 차단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연구에도 중요한 힌트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예로 맥관형성에 관여하는 특정한 한가지 물질의 작용만을 억제하기 위한 의도로 진행되었던 일련의 연구들이 대체로 실망스러운 결과도출로 이어졌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다시 말해 종양은 맥관을 형성시키기 위해 다수의 물질을 필요로 하므로 보다 효과적인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맥관형성 억제물질을 함유한 '칵테일' 요법이 필요하리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허셉틴'은 칵테일 요법제와 동등한 수준의 약효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므로 맥관형성을 억제하는 최선의 항암제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제인 박사의 결론이다.

이 같은 설명은 암 환자들이 5종의 항암제를 병용할 때와 동등한 수준의 약효를 '허셉틴' 단독투여만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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