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J뷰티를 전세계적으로 대표하는 브랜드 시세이도(Shiseido)와 다국적 기업이 인수한 '국적 상실' J뷰티 브랜드 SK-II가 글로벌 주요 뷰티시장인 일본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칸타와 미디어그룹 WPP가 최근 발표한 '2021 브랜드Z 톱50 일본 브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50개 브랜드 중 화장품과 관련된 '퍼스널케어' 부문에서는 시세이도와 SK-II 2개 브랜드만 유이하게 포함됐다.
시세이도는 전체 평가 순위에서 전년 대비 1계단 상승한 11위에 올랐다. 칸타는 시세이도의 브랜드 가치를 전년 대비 4% 증가한 62억1000달러(7조원)로 평가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이 지난 1991년 인수한 SK-II는 전년 대비 6계단 상승하면서 31위에 올랐다. SK-II의 브랜드 가치 역시 전년 대비 19% 증가라는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면서 평가액은 16억9200달러(1조9천억원)로 추산됐다.
일단 브랜드 가치를 금액적인 규모로만 봤을 때 시세이도가 SK-II보다 3배 이상의 높은 몸값을 보이면서 경쟁 구도상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칸타는 이번 보고서에서 SK-II를 '브랜드 집중 조명(Brand Spotlight)'을 통해 비중 있게 다뤘다. "SK-I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그 존재감이 어두워지지 않았다"고 운을 뗀 보고서는 "다각적인 온라인 콘텐트 및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봉쇄(pause)' 상황을 브랜드의 디지털 존재감을 높이는 기회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배경으로 칸타는 상위 50개 브랜드를 세부적으로 평가하는 하위 분석인 '상승세 순위(Top Risers)'도 함께 제공했다. 여기서 SK-II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19% 성장하면서 3위에 오른 반면 시세이도는 전년 대비 한자릿수인 3% 성장으로 8위에 올랐다.
금액적 규모에서는 시세이도, 상승세 측면에서는 SK-II가 우위를 점하면서 이번 평가에서는 엎치락뒤치락 주고받기식의 무승부로 끝나는 듯 했으나 우위를 가르는 또 다른 하위 분석이 등장하면서 이번 보고서의 최종 승자가 드러났다.
칸타가 자체적으로 설계한 '브랜드 기여도 인덱스(BC Index)'를 토대로 나온 또 하나의 하위 분석인 '브랜드 기여도 순위'에서 SK-II는 인덱스 최고 점수인 5점을 받았다. 여기서 시세이도는 인덱스 점수 4점을 받으면서 '토종'은 '국적 변경'에게 결국 판정패를 당한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