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뇌졸중’인 P군, 혹시 ‘파브리병’이 원인?
세계뇌졸중의 날(29일) 젊은층 뇌졸중 발병에 주목…파브리병 ‘GL-3’, 백질병변에 위험 인자
김상은 기자 kims@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1-10-29 10:19   수정 2021.10.29 11:22
고령에서 발생하는 치명적 질환으로 알려진 주요 뇌심혈관질환 중에서도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뇌졸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재단(World Stroke Organization)이 지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세계뇌졸중재단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세계 뇌졸중의 날의 캠페인 테마로 ‘뇌졸중 의심 증상과 적기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뇌졸중 환자 12만 584명 중 60세 이상(8만 7,959명, 73%)이 환자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20-50대의 비교적 젊은 환자도 27%(3만 2,001명)로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젊은 층의 뇌졸중 발병 위험에 대한사회적 경각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뇌졸중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젊은 나이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뇌졸중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면, 희귀질환 중 하나인 파브리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독일 로스토크 대학교 신경학과 Arndt Rolfs 교수 연구에 따르면 원인 미상의 뇌졸중 환자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를 통해 파브리병에 대한 빈번한 경향성이 확인됐다. Rolfs 교수는 “젊은 뇌졸중환자의 1-2%에서 파브리병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젊은 환자에서 원인 미상으로 뇌졸중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파브리병을 의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토론토 대학 뇌졸중 연구센터의 메타분석에서도 원인 미상의 뇌졸중의 3-5%를 비롯,  젊은 뇌졸중 환자에서의 1% 정도가 파브리병 환자일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영국 퀸스퀘어 신경외과의 연구에 따르면 원인 미상의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들 중 남자 4.9%, 여자 2.4%에서 진단되지 않은 상태의 파브리병이 확인됐다. 

희귀질환파브리병은 체내에 ‘알파 갈락토시다제 A(alpha-galactosidase A)’ 효소의 부족으로 세포 내 당지질인 ‘GL-3’가 쌓여 주요 장기에 손상을 유발하는 병으로, 병이 진행될수록 눈, 뇌, 심장, 신장 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힌다. 이는 뇌졸중으로 인한 중추신경계(CNS)의 변화 즉, 백색 물질 병변(WML)의 발생 증가, 뇌영상에서 나타나는 횡방향 맥박의 신호 증가, 해마 위축 등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GL-3는 파리 베르사이유 의과대학 유전의학부의 Dominique P. Germain 박사에 따르면 남성 환자의 뇌혈관 백질병변 발달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 인자로 나타났다. 혈관 내피 세포에 GL-3가 쌓이면 혈관 기능 장애와 더불어 뇌심혈관질환인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뇌혈류 속도의 이상, 혈전 반응, 활성산소의 생산증가 등의 2차적 요인도 파브리병의 뇌졸중 발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ermain 박사는 일반 인구 대비 파브리병 환자에서 뇌졸중 발생률은 각 연령 범주에서 현저하게 높을 뿐 아니라 이른 나이에도 뇌졸중을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파브리병 환자 2,446명을 연구한 결과, 총 138명 (남성 6.9%, 여성 4.3%)에서 뇌졸중이 발생했으며, 첫 번째 뇌졸중의 발생 연령의 중앙값은 남자 39세, 여자 46세로 대부분 20-50세 사이에 발생했다. 또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젊은 뇌졸중 환자 가운데 남성의 4.9%, 여성의 2.4%가 파브리병 환자로 진단됐다는 결과도 있다. 

파브리병을 의심할 수 있는 초기 증상으로는 손과 발이 타는 듯한 통증, 복부 통증, 각막 혼탁, 발한 장애 및 혈관각화종 등이 있다. 파브리병은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예후가 좋은 질환이므로 조기에 발견한다면 뇌졸중과 같은 중증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X염색체를 통해 유전되는 질환인 만큼 가족력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파브리병은 효소 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손쉽게 진단할 수 있고, 진단받은 후에는 체내에 부족한 효소를 보충하는 ‘효소대체요법’ 등을 통해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하다.

임상 연구 결과, 효소대체요법 치료제 ‘파브라자임(아갈시다제베타)’을 투여한 환자 18명 중 8명의(44%)환자에서 뇌의 백질병변 크기가 안정화됐으며, 10년간의 장기연구에서도 파브라자임을 투여한 환자 52명 중 42명(81%)이 뇌졸중을 비롯한 중증의 임상 사건을 경험하지 않았다. 또한 10년간의 치료를 통해 생존한 환자도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이른 나이에 뇌졸중까지 일으킬 수 있는 파브리병은 방치하면 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지만 빠르게 진단받고 치료받는다면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며 “파브리병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면 뇌졸중으로 이어지기 전에 치료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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