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은 C형간염, 30년만 퇴치 바라보는데…국내는?
치료율 감소-초기 진단 감시 부족…시범사업 후 국가검진 근거 확보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10-08 12:00   수정 2020.10.08 12:09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C형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C형간염 퇴치 목표인 2030년보다 10년이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하비 알터(Harvey J. Alter) 미국 국립보건원(NIH) 부소장, 마이클 호튼(Michael Houghton)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Charles M. Rice) 미국 록펠러대 교수에게 수여됐다. 세 의학자는 C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함으로써 간경변과 간암의 주요 원인인 혈액 매개 간염 퇴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비 알터 교수는 1970년대 중반 수혈과 관련된 바이러스 질환을 처음 보고했는데, 이 바이러스가 C형간염 바이러스다. 마이클 호튼 교수는 1989년 C형간염 바이러스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찰스 라이스 교수는 C형간염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 구조를 처음 밝혀 이 바이러스의 존재만으로도 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C형간염은 스스로 예방관리가 어려운 감염병에 속한다. C형간염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적 변이가 심해, 예방 백신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파 위험도 크다. C형간염 바이러스 전염의 경로는 혈액을 매개로 하는 질환 특성상 혈액이 묻을 수 있는 혈액제제 및 기구들에 의해 감염 및 전파될 수 있다.

그러나 완치가능한 치료제가 존재함에 따라 WHO는 2030년까지 전세계적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국가적 차원의 퇴치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미국, 대만,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은 발 빠른 국가적 검진, 치료 지원 등 보건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만은 국가 차원에서 45세 이상 성인 대상 C형간염 검진 및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C형간염 환자의 약 80%에 해당하는 25만 명의 환자를 치료 지원해 WHO의 목표보다 5년 빠른 2025년에 퇴치 달성의 정책적 효과를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2002년부터 국가 간염 종합 대책에 따라 전국민 대상 C형간염 항체검사를 지원한다. 2009년에는 간염 관련 기본법을 제정해 간염 예방 정책을 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해진 가운데, 성과도 예측되고 있다. 유럽간학회(EASL) 2020에서 마르코브(Markov)의 질병 진행 모델(disease progression models)을 활용해 고소득 국가에서 C형간염 바이러스 제거 진행률을 평가한 바에 따르면, WHO의 2030년 C형간염 퇴치 목표는 45개 고소득 국가 중 24%(11개국)가, 이후 2040년까지는 11%(5개국), 2050년까지 2%(1개국)가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가 예상되는 국가에 속하는 캐나다는 인구가 많은 지방에서의 C형감염 퇴치노력을 집중했고, 독일은 진단 전략을 개선했다. 스웨덴은 치료 제한점을 제거했다.

그러나 한국은 목표보다 10년 뒤늦은 2040년에야 C형간염을 퇴치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C형간염 치료율이 최근 감소하고 있고, 초기 진단을 위한 감시검사 계획이 타국가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꼽힌다.

실제 우리나라는 C형간염의 정확한 발생 파악을 위한 전수감시 체계가 시작된 것도 불과 약 3년 전이다. 감염자이자 전파자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대규모 전파 위험이 존재한 셈이다. 2010년 초부터 생애전환기 검진에 C형간염 검진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2015~2016년 다나의원 사태를 시작으로 한양정형외과 등에서 대규모 C형간염 집단 감염 사건이 발생한 후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 논의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2020년 10월 현재까지도 국가검진에 포함되지 않은 채 정책적 변화없이 제자리걸음을 반복 중이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9월 1일~10월 31일 및 내년 일정기간 동안 2개년도에 걸쳐 무료로 C형간염 검진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추진 중이다. 오는 31일까지 진행 중인 무료 검진은 고위험군 연령에 속하는 1964년생(일반건강검진 대상자 중 미수검자 대상)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사업 추진 후에는 결과를 분석해 유병률, 비용효과성 등 ‘C형간염 국가검진 시행을 위한 근거’를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를 이루기 위한 검사나 치료에 있어 국가 차원의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나 실행 방안은 부족한 실정이다.

경희의대 소화기내과 심재준 교수(대한간학회 홍보이사)는 “올해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C형간염 바이러스가 주목 받는 이유는 A, B형간염 바이러스에 비해 뒤늦게 발견되었음에도 매우 효과적인 치료제가 빠르게 개발되어 완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는 이 목표에서 10년 이상 늦어질 국가로 예측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무증상 감염자이자 전파자의 관리를 위한 국가검진지원, 확진자의 완치 관리 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국민과 정부도 위중한 무증상 감염병 C형간염을 빠르게 퇴치하는데 서로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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