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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로구에서 소규모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양병찬 약사의 약국 내에는 전문서가 많이 꽂혀져 있다.
이중 양 약사의 이름이 찍혀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띈다.
'비처방약품 치료학'이라는 책은 바로 양 약사가 번역을 맡아 1년 6개월만에 출간한 것이다.
그는 약국 운영을 하면서 틈틈이 번역 일을 하고 있어 평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번역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특성에 맞는 복약지도를 잊지 않는 약국 운영과 함께 또 다른 일과인 셈이다.
양 약사는 뒤늦게 약대에 입학을 했고 졸업과 함께 약사면허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금융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주변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하지만 실패하고 방황을 하기도 했다.
서른 아홉, 다시 무언가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에 중앙대 약대에 입학을 하게 되고 처음엔 단순하게 생계수단으로만 생각했던 약에 관한 지식들에 점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분자생물학 등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번역 일을 시작했어요. 전문적인 번역이 아니라 교재 등에서 재미있는 내용도 많은데 번역된 내용을 보면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경제학, 철학 등 원서를 독해하는 공부를 하기 시작한 그는 약대를 다니는 틈틈이 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약학, 의학, 경영 등과 관련된 원서를 주로 번역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지식리포터로 활동하면서 보건의료분야의 논문을 수시로 번역해 연구 기관 등에 지금까지 약 1천 여개의 글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1년 6개월의 번역과정을 거쳐 나온 '비처방약품 치료학'은 지난 1999년 발간되어 약사를 대상으로 한 각종 사설강좌의 교재로 사용되어 왔지만 원서라는 한계로 인해 책이 갖고 있는 내용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웠다.
이에 양 약사는 인터넷을 통해 2005년 10월 2판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출판사에 승낙을 얻어 번역에 착수할 수 있었다.
"직접 출판사에 메일도 보내고 해서 번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그런데 의욕이 앞섰던 데다가 약국 일이 병행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겹쳤어요. 그래서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려 이제야 번역을 완료하게 됐죠."
어렵게 나온 책을 보면서 양 약사는 "가족들에게 볼 낯이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번역으로 버는 돈 때문이 아니라 그 동안 번역하느라 약국을 운영하느라 가족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썼는데 책에 제 이름이 나온 걸 보니 가족들도 번역 일에 대해 이해를 많이 해주고 있어요"
책에 대한 기대도 그가 가진 교육에 대한 열의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약대생이나 새내기 약사들의 원칙적인 공부를 위한 교재가 되었으면 해요."
약대 공부를 하면서 느껴온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약사들이 교육기관 등을 통해서만 공부를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론적 교육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바람들과 달리 양 약사의 개인적인 소망은 소박했다.
"지금 하고 있는 약국 운영과 번역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열심히 살아가고 싶어요. 그 동안 번역은 많이 했지만 정식으로 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양 약사의 소망은 이러한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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