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이 까다로운 중이 질환을 인공지능(AI)으로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안중호‧의공학연구소 권지훈 교수 연구팀은 6600여건의 검이경 검사 사진을 활용해 귀의 중이 질환을 진단해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실제로 적용한 결과 95% 이상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8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귀내시경 검사를 받은 환자들의 6630장의 검사 사진을 활용해 중이 질환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이 1차로 만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 여부를 진단하고, 2차로 중이염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진주종, 고막염, 진균증을 함께 진단할 수 있게 검사 사진을 학습시켰다.
이후 실제로 진단 정확도를 측정한 결과, 중이염은 약 95%의 정확도로 진단해냈으며 다른 질환들의 진단 정확도도 96~98%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중이염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청력이 떨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언어발달장애 같은 심각한 후유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고막 안쪽에 생기는 중이염 등 중이 질환을 귀내시경으로 짧은 시간 내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단율이 약 73%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에 연구팀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다중 분류 시스템 개념을 도입해, 인공지능이 여러 개의 중이 질환을 함께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중이 질환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왔지만 여러 중이 질환을 동시에 진단해낼 수 있는 인공지능은 없었다. 예를 들어 중이염에 고막염까지 같이 생긴 경우 둘 다 함께 진단하지 못했다.
어린 환자들은 귀 전문의가 있는 이비인후과가 아닌 소아과에서 진찰을 받기도 하고, 성인은 가정의학과를 먼저 찾기도 하는데, 여러 중이 질환을 함께 진단해낼 수 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앞으로 진단 정확도를 더욱 높여 더 많은 환자들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권지훈 교수는 “지금까지의 인공지능들은 한 개 질환 진단밖에 할 수 없었지만, 새로 개발한 알고리즘은 여러 질환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어 추가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중호 교수는 “어린 아이들은 귀내시경으로 귀 검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아 아주 숙련된 귀 분야 전문의가 아니면 중이 질환을 놓칠 수 있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해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피인용지수 3.752)’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