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료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환자중심의 참여와 환자안전사고 보고 등 환자안전문화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임지영 대한약사회 지역환자안전센터 전담약사는 5일 개최된 제16회 경기약사학술대회 팜엑스포의 온라인 학술강좌를 통해 ‘환자중심 약료서비스에서 약사의 역할’을 강의하며 이같이 밝혔다.
환자중심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00년 세계보건보고서를 통해 설정한 세 가지 목표 중 ‘보건의료 체계 반응성’에 담긴 개념으로, 의료체계가 이용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WHO와 미국의학원(IOM),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2000년대 이후 환자중심성을 의료의 질의 핵심 요소로 규정했다. 많은 국가에서는 환자 관점이 의료의 질 평가 및 보건의료체계가 갖춰야 할 필수 부분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경험 평가가 대표적인 환자중심 의료서비스 평가다. 심평원은 올해 5~11월까지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총 357곳의 퇴원환자 약 50만명 대상으로 입원기간 동안 환자가 경험한 의료서비스 수준을 확인하는 전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의료소비자 관점에서 시행되는 입원경험조사로서,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가치와 의견이 반영되는 환자 중심의 의료문화 확산을 위해 시행됐다.
구체적으로는 ▲의료진이 환자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었는지 ▲퇴원 후 치료계획 및 입원 중 회진시간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는지 ▲치료 결정과정에 참여기회가 있었는지 등을 평가한다.
임지영 약사는 “환자경험 평가의 도입으로 심평원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는 효과성 및 효율성 위주의 평가에서 환자중심성에 대한 평가, 또한 의료공급자 관점의 평가에서 환자가 참여하는 환자관점의 평가로 영역과 범위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임 약사는 또한 1999년 IOM의 ‘To err is huma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이슈화가 됐던 ‘환자안전’에 대한 개념을 다뤘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4만4,000~9만8,000명으로, 이는 매일 여객기 한 대가 추락하는 것과 같고, 20조~34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다. 의료 오류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약 25만명으로 심장질환, 암 다음으로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한다.
이에 우리나라는 2015년 환자안전법 제정과 2016년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수립‧연구한 환자안전종합계획, 2017년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 시행 등을 통해 환자안전을 구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에 따르면 입원환자의 10% 내외가 환자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됐고, 이에 따른 추가 의료비용은 전체 의료비의 3% 내외를 차지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2019년 실시한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에서도 2016년 국내 15개 공공의료원 입원환자 7,500명 중 745명에게서 위해사건 발생이 확인됐다.
실제로 2012~2015년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은 총 4,019건이며, 의료중재원의 환자 측의 의료분쟁 상담 건수는 2012년 2만6,831건에서 2016년 19만4,554건으로 7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최근에는 질환 치료와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약물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약물사용과 관련 위험, 오류 및 부작용 발생도 함께 증가하는 만큼 약물 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임 약사는 안전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약사의 역할로 ▲치료시작 시 처방의 적절성 확인 ▲환자의 다른 병원‧다른 보건의료기관으로 이동 시 치료의 안전성 확보 ▲정확하고 적절한 의약품 공급 확보 ▲환자가 정확한 방법으로 의약품 복용하는지 확인 ▲임상적으로 중요하고 잠재적 위험 있는 약물 관련 문제를 규명‧해결 등 5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의약품 사용오류에 따른 약사의환자안전사고 대응 요령 중 ‘환자안전사고 보고’를 강조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환자안전법 시행에 따라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KOPS) 운영업무를 위탁받아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정보의 수집 및 분석을 통해 환자안전 정보 환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KOPS에 따르면 약국의 환자안전사고 종별 보고는 매년 급격히 늘고 있으며, 사고종류별로는 낙상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환자 중심의 환자안전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본인 약인지 여부 ▲복용약 용법‧용량 ▲복용약 효능‧효과 ▲의약품 부작용 및 조치방안 ▲복용약 주의사항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환자안전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임 약사는 “치료과정 중 환자 참여는 최대 15%의 위해를 줄일 수 있다”며 “환자는 다양한 보건의료 환경 내에서 유일하게 유지되는 존재인 만큼, 진료과정에서 환자를 포함시키는 것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정보로 인한 오류나 잘못된 치료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환자중심성을 통한 환자 참여와 환자안전사고 보고를 통한 환자안전문화 구축이 약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