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일어난 단순 조제실수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사례가 나왔다.
여러 정황상 '고의성이 없는 단순 실수'는 처방전 변경·수정 조제를 금지한 약사법 위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최근 환자 A씨가 B약사를 고발한 약사법 위반 청구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사건 주요 내용을 보면, 올해 5월 B약사는 A씨에게 처방전에 따라 7일분 약을 조제했는데, 조제약에 처방전에 없는 프리스틱서방정 50mg 6정이 추가됐다.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다른 환자가 있어 이를 비닐봉투에 넣었는데, 여러명이 근무하다보니 2명이서 중복 조제가 돼 봉투 2개에 각각 알약을 넣었다.
한 봉투는 환자에게 제대로 투약됐지만, 다른 하나는 실수로 A씨의 처방 라벨이 부착돼 자동약포장기계에서 조제돼 나와 원래 처방받은 7일분 약과 함께 투입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B약사의 조제실수를 비롯해 약봉투에 해당 의약품을 기재하지 않은 점, 복약지도에서도 이를 설명하지 않은 점이 피의사실로 인정됐다.
A씨는 "약국이 종합병원 문전 약국의 특성상 약사 3인 이상으로 처방약을 조제하는 과정에서 해당 의약품 처방전을 2번 조제하는 실수가 발생했다"면서 "의약품은 인체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물품으로 취급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데 변경조제한 것은 고의성 없는 단순 조제 실수라도 약사법 제26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약사법 제26조(처방의 변경·수정) 제1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는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또는 수의사의 동의 없이 처방을 변경하거나 수정해 조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B약사는 "환자 처방전을 접수하고 조제실에서 약을 조제, 검수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처방전에 기재돼 있지 않은 알약을 추가로 약봉투에 넣어 복약지도 약사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하며 "해당 알약은 환자 증상과 전혀 무관한 효능을 갖고 있고, 추가로 지급할 경우 약국에서는 경제적 손실만 있을 뿐이므로 고의로 변경 조제할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검은 B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가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우선 약사법 제26조 제1항은 고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므로 약사가 고의로 처방전에 기재된 약을 변경하거나 수정해 조제한 경우에 해당해야 해당 조항을 근거해 처벌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전주지방법원 2017노841호 판결문 등).
서울동부지검은 "7일치 약을 조제하면서 문제 알약은 6정만이 추가돼 그 수량이 다르고, 복약지도 약사가 이에 대해 따로 복약지도를 하지 않은 점, 환자의 약봉투에도 기재돼 있지 않은 점, 피의자(B약사) 입장에서 증상과 전혀 무관한 알약을 변경 조제할 이유가 없고 경제적 동기도 없는 점, 고발인(A씨)도 피의자가 과실로 조제한 것이라고 진술하는 점 등을 비춰볼 때, 이번 건은 과실에 불과할 뿐 고의로 의사 동의 없이 처방전을 변경·수정해 조제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즉, 이번 사건에서 처벌의 판단 기준이 된 '고의성'을 볼 때, 피의사실로 인정된 지점(약봉투, 복약지도)을 포함한 여러 근거를 통해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B약사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약사법 제26조 제1항 위반 규정은 고의범을 처벌하는 규정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건"이라며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조사나 수사단계부터 '단순 실수에 의한 과실조제'라는 사실에 대해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