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페이로드 찾는 ADC 시장…리제네론은 DXd 방출 방식을 바꿨다
MET 표적 ADC, 비임상 성과에도 임상 중단…기존 개발 경험 소개
기존 DXd 방출 방식 바꾼 'ProDXd', 암세포 내부서 2단계 활성화
혈장서 14일간 페이로드 손실 없어…HER2 표적 ADC 항종양 효과 확인
약물 활성화 효소는 아직 미규명, 실제 환자에서 효과·안전성 검증 필요
권혁진 기자 │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0-13 13:47   수정 2026.10.13 14:19
'월드 ADC 서밋 샌디에이고 2026'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리제네론 쳇 메트칼프 연구개발 화학부문 부사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ADC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ADC 시장은 2025년 약 145억 달러(약 19조원) 규모를 돌파했다. ADC를 중심으로 대규모 기술이전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약업신문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월드 ADC 서밋 샌디에이고 2026(World ADC Summit San Diego 2026)' 현장을 직접 찾아 차세대 ADC 기술과 신약개발 동향, 기업들의 전략을 집중 취재했다.<편집자 주>

비임상에서 강력한 항종양 효과를 확인한 항체약물접합체(ADC)도 임상개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리제네론은 기존 MET 표적 ADC의 개발 경험을 소개하고, 세포독성 물질 DXd의 접합·방출 방식을 바꾼 차세대 플랫폼 'ProDXd'를 제시했다. DXd는 ADC '엔허투'에도 사용되는 엑사테칸(exatecan) 유래 토포이소머라아제Ⅰ(Topoisomerase I, Topo1) 억제제다. 약물의 안정성과 세포 내 활성화를 정밀하게 제어해 치료역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리제네론의 쳇 메트칼프(Chet Metcalf) 연구개발 화학부문 부사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타운 앤 컨트리 리조트에서 열린 '월드 ADC 샌디에이고 2026'에서 기존 MET 표적 ADC의 개발 경험과 차세대 플랫폼 ProDXd의 작용기전,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MET ADC 비임상 성공에도 임상 중단…접합·페이로드 설계 경험 공유

리제네론이 앞서 개발한 'REGN5093-M114'는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MET 단백질의 서로 다른 두 부위에 결합하는 이중 파라토프 항체에 메이탄시노이드(maytansinoid) 계열 페이로드를 연결한 ADC다. MET 신호를 억제하고 수용체의 세포 내 유입을 촉진해 세포독성 약물을 전달하도록 설계했다.

비임상에서는 MET 유전자 증폭 여부와 관계없이 MET 단백질이 충분히 발현되는 종양모델에서 항종양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 MET 억제제에 내성을 보인 종양모델에서도 종양 크기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관련 연구는 2021년 미국암연구학회 학술지 '분자암치료(Molecular Cancer Therapeutics)'에도 게재됐다.

그러나 임상시험은 중단됐다. 미국 임상시험 등록정보(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REGN5093-M114의 임상시험(NCT04982224)은 환자 30명이 등록된 상태에서 2025년 10월 15일 종료됐다. 중단 사유는 스폰서 결정으로 기재됐으며, 구체적인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리제네론이 이번 발표에서 소개한 ProDXd는 기존 MET ADC의 리신(Lysine) 기반 접합과 달리 위치특이적 접합을 적용했다. 또 전구약물 설계로 약물의 방출과 활성화 과정을 분리했다. 이러한 기술적 차이는 ADC의 접합 균질성과 세포 내 약물 활성화를 정밀하게 제어하려는 차세대 ADC 개발 흐름과 맞닿아 있다.

DXd는 유지하고 접합·방출 방식 재설계…암세포 내부서 2단계 활성화

ProDXd의 핵심은 DXd를 곧바로 활성형으로 방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DXd를 전구약물(Prodrug) 형태로 전달한 뒤 암세포 내부에서 활성형으로 전환하도록 설계했다. 전구약물은 자체 약리활성이 낮거나 없으며, 체내에서 활성형 약물로 전환되도록 설계한 물질이다.

일반적인 ADC는 암세포 표면의 표적 항원에 결합해 세포 내부로 들어간 뒤 링커가 절단되면서 세포독성 페이로드를 방출한다. 반면 ProDXd는 리소좀에서 링커가 절단돼 전구약물이 분리되고, 이후 세포질에서 활성형 DXd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친다. 활성화된 DXd는 DNA 복제에 관여하는 Topo1을 억제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약물 방출과 활성화 과정을 분리해 혈액이나 정상조직에서 활성 약물에 노출되는 위험을 줄이고, 암세포 내부에서 항종양 효과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리제네론은 DXd에 글리신-헤미아미날(Gly-hemaminal) 구조를 적용해 이러한 전환 과정을 설계했다.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는 방식도 정교화했다.

미생물 유래 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microbial transglutaminase)를 이용해 항체의 정해진 위치에 접합기를 도입하고, 클릭 화학반응으로 링커·페이로드를 연결했다. 이를 통해 항체 한 분자당 평균 약물 결합 수인 약물-항체 비율(DAR)을 4로 제어하면서 항체의 사슬 간 이황화결합을 유지했다.

위치특이적 접합은 약물 결합 위치와 개수를 정밀하게 관리해 접합체의 균질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리제네론은 여기에 전구약물과 링커 설계를 결합해 혈장 안정성을 확보하고 페이로드의 조기 손실을 줄이는 전략을 적용했다.

혈장서 14일간 페이로드 손실 없어…HER2 ADC 항종양 효과 확인

리제네론은 ProDXd의 안정성과 항종양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HER2 표적 ADC를 제작했다. HER2는 일부 유방암과 위암 등에서 과발현되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로, ADC가 암세포를 인식하는 표적 역할을 한다.

HER2-ProDXd는 사람, 원숭이, 마우스, 랫드 혈장에서 최대 14일 동안 측정 가능한 페이로드 손실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DAR 8과 비위치특이적 접합을 적용한 비교용 HER2-DXd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결합된 페이로드가 감소했다.

메트칼프 부사장은 "사람과 여러 동물종의 혈장에서 14일 동안 측정 가능한 페이로드 손실이 관찰되지 않았다"라며 높은 혈장 안정성을 강조했다.

세포독성 시험에서도 HER2 표적에 따른 약물 활성을 확인했다. HER2 양성 SK-BR-3와 Calu-3 세포주에서 HER2-ProDXd는 비교 ADC와 유사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의 세포독성을 나타냈다. 반면 HER2 음성 H1975 세포주에서는 뚜렷한 세포독성을 보이지 않아 HER2 표적 의존성을 확인했다.

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이어졌다. HER2 양성 위암 N87 이종이식 모델에서 HER2-ProDXd를 단회투여한 결과, 지속적인 종양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DXd 투여량을 보정한 비교시험에서는 기존 HER2-DXd와 유사한 항종양 활성을 나타내면서 종양 재성장이 다소 늦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리제네론은 랫드와 원숭이에서도 양호한 내약성을 확인했다. 메트칼프 부사장은 "ProDXd의 세포독성이 동물모델의 단회투여 항종양 효과로 이어졌다"라며 "새로운 약물 방출 기전과 높은 안정성, 랫드와 원숭이에서의 양호한 내약성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방출 기술 개선에도 활성화 효소는 미규명…실제 환자 치료 효과가 관건

ProDXd가 차세대 ADC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비임상에서 확인한 안정성과 항종양 효과를 실제 환자에서도 재현해야 한다. 특히 전구약물의 활성화 과정에 대한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ProDXd의 링커 절단과 활성형 DXd 전환을 담당하는 효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메트칼프 부사장은 "ProDXd가 세포질에서 활성형 DXd로 전환된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이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를 모두 규명하지는 못했다"라며 "그럼에도 사람 세포에서 ProDXd가 DXd로 전환되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답했다.

활성화 효소의 규명은 향후 임상개발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암종이나 조직에 따라 관련 효소의 활성이 다르면 약물 활성화 정도와 치료 효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선별과 적정 투여량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혈장 안정성과 동물실험 내약성이 사람에서의 독성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 환자에서 항종양 효과와 정상조직 독성을 함께 평가해야 치료역 개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리제네론은 HER2-ProDXd를 임상개발 유망 후보로 평가하고, 플랫폼의 적용 범위를 다른 항체 형식으로 확대하고 있다.

메트칼프 부사장은 "HER2-ProDXd는 새로운 약물 방출 기전과 높은 혈장 안정성, 랫드와 원숭이에서의 양호한 내약성을 갖췄다"라며 “항종양 효과와 독성 프로파일을 고려할 때 임상개발에 매력적인 후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다른 여러 항체 형식으로도 ProDXd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리제네론의 차세대 ADC 플랫폼 ‘ProDXd’ 작용기전 및 주요 기술적 특징.©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리제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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