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선병원 김기덕 센터장 “몇백억 유산균보다 중요한 건 장내 생태계”
유산균 복용 후 효과 없거나 복부 팽만·가스, 젖산 과다 축적 살펴야
균 숫자·종류보다 ‘대사 흐름’ 주목…장내 생태계 전체로 접근
장내 미생물 검사, 임상 가설 수립·맞춤 치료 방향 설정에 활용
허지수, 권혁진 기자 suhjs0721@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16 06:00   수정 2026.09.16 06:01
대전선병원 김기덕 건강검진센터장이 약업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장 건강에서 유산균의 숫자보다 장내 미생물의 대사 흐름과 생태계 전체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약업신문=허지수 기자

“유산균을 먹으면 무조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유산균을 먹고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는 환자들을 상당히 많이 봅니다.”

대전선병원 김기덕 건강검진센터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최근 대전 중구 대전선병원에서 진행한 약업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산균을 비롯한 장내 미생물 관리에 대해 “어떤 균을 얼마나 많이 넣느냐보다 장내에서 균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대사산물을 주고받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건강을 단순히 유익균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젖산이 다른 미생물에 다시 활용돼 낙산(부티르산) 등으로 이어지는 교차영양(cross-feeding)과 대사 흐름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며, 이 과정이 막히면 젖산이 축적되는 ‘대사 병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실제 진료에서 CJ바이오사이언스의 장내 미생물 검사 ‘것 인사이드(Gut Inside)’를 활용하고 있다. 특정 균의 많고 적음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의 기능과 역할을 토대로 장내 생태계 전체를 파악하고, 환자의 증상·식이·약물 등 임상정보와 함께 원인을 추정해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사용한다.

유산균을 더하거나 항생제로 균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장내 생태계의 ‘대사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검사상 이상 없는 장 불편 환자 “약 60%, 유산균 효과 없거나 악화”

김 센터장이 유산균의 한계를 체감한 것은 진료 현장에서다. 속이 불편해 내시경 등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환자들은 가족이나 지인의 추천, 홈쇼핑 등을 보고 유산균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스스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다시 병원을 찾는다.

김 센터장은 “내시경이나 다른 검사에서 문제가 없는데 속이 계속 불편한 환자들 가운데 유산균을 먹어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하는 분들이 거의 6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유산균 복용 후 불편감이 커지는 원인 중 하나로는 젖산의 과도한 축적을 꼽았다.

그는 “유산균은 젖산을 많이 만드는 균이고 비피더스균도 젖산을 많이 만든다”며 “젖산이 너무 많이 누적되면 발효 과정에서 통증을 유발하거나 삼투압을 높여 변을 무르게 만들고 속을 더부룩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산균이 지나치게 많거나 특정 프리바이오틱스가 과도하게 공급되고, 생성된 젖산을 다음 단계에서 활용하는 미생물과 대사 과정이 충분하지 않으면 이른바 ‘대사 병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균의 숫자보다 중요한 건 대사 흐름

김 센터장이 강조하는 개념은 교차영양(cross-feeding)이다. 한 미생물이 만들어낸 대사산물을 다른 미생물이 이용하며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연결되는 구조다.

김 센터장은 이를 마라톤의 바통 터치에 비유했다. 유산균이 젖산을 만드는 첫 번째 주자라면, 다른 미생물이 이를 넘겨받아 또 다른 대사산물로 전환하는 다음 주자라는 것이다. 특히 장 상피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낙산(부티르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산균이 젖산을 만들면 이를 이용해 낙산을 만드는 균들이 다음 단계로 이어줘야 한다”며 “이 흐름이 잘 이어지지 않으면 중요한 낙산은 잘 만들어지지 않고 중간에 젖산만 너무 많아지는 대사 병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유산균이 몇 마리 있는가’, ‘유익균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보다 대사산물이 다음 단계로 원활하게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유산균이나 프리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너무 심한 경우 젖산이 많아지고 이를 다시 낙산으로 바꾸지 못해 젖산 과다에 따른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내 미생물 검사로 전체 생태계 봐야

김 센터장은 장내 미생물 검사 역시 특정 균 하나보다 현재 장내 생태계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랜드스케이프(Landscape)’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거대한 사막에 태풍이 몇 번 친다고 열대우림이 되지 않듯, 특정 유산균 복용이나 항생제 투여는 일시적 변화만 줄 뿐 생태계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며 “검사의 진짜 목적은 전체 풍경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진료에서는 CJ바이오사이언스의 장내 미생물 검사 ‘것 인사이드(Gut Inside)’를 활용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대부분의 장내 미생물 검사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분석 기술 자체보다 결과를 임상적으로 어떻게 분류하고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A, B, C 균이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각각의 기능과 역할을 나눠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결과는 단독 진단이나 처방의 답이라기보다 환자의 증상, 식습관, 약물 복용, 배변 양상 등 임상정보와 함께 해석해 장내 생태계 불균형의 원인을 추정하는 데 활용한다. 특정 균을 단순히 보충하기보다 현재 장내 환경이 왜 형성됐는지 임상적 가설을 세우고 치료 방향을 정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검사를 고려할 수 있는 경우로는 내시경 등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소화불량이나 과민성장증후군(IBS)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를 들었다. 체중이 잘 늘지 않는 소아·청소년,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반복되는 환자, 위·담낭 절제 후 장내 환경 변화가 예상되는 환자 등도 예로 들었다.

균을 넣는 것에서 균이 자랄 환경으로

김 센터장은 외부에서 특정 유산균을 계속 공급하는 것만으로 장내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봤다. 섭취한 유산균이 위와 소장을 지나 대장까지 도달해 지속적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내에 이미 존재하는 미생물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먹이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접근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개념이 미생물 이용 가능 탄수화물(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s, MAC)이다.

김 센터장은 “외부에서 균을 넣어주는 것보다 장 안에 이미 존재하는 균이 잘 자랄 수 있게 먹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먹이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도달해야 미생물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프리바이오틱스가 특정 균을 선택적으로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MAC은 장내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먹이를 공급해 장내 환경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긴산과 부분가수분해 구아검(partially hydrolyzed guar gum, PHGG) 등을 예로 들었다.

특정 좋은 균을 얼마나 많이 넣느냐보다 장내 미생물이 서로 대사산물을 주고받으며 안정적인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과민성장증후군, 증상 조절 넘어 장내 생태계 복원

이 같은 관점은 과민성장증후군 관리에도 연결된다. IBS 환자는 통증과 가스 자극에 민감해 복통과 복부팽만 등을 겪을 수 있다.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IBS-D)에서는 리팍시민 같은 약물 치료도 사용된다.

김 센터장은 “항생제는 미생물의 수를 줄여 단기적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생태계 자체를 변화시키기는 어렵다”며 “단기간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 치료로 단기 증상을 조절하면서 장기적으로는 MAC 보충을 통해 좋은 균들이 자리를 잡고 장 상피를 보호하는 점액층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을 먹느냐가 장 건강의 핵심

김 센터장은 장 건강에서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 사람들이 하와이로 이민을 가면 세대가 지나면서 위암은 줄고 대장암은 늘어 미국 현지인의 질환 패턴을 따라가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생활습관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과거 대표적인 장수 지역으로 꼽혔던 오키나와 역시 식생활과 생활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과거의 기대수명 우위가 약화된 사례로 들었다. 장내 미생물 역시 특정 균 하나보다 그 균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장내 미생물 검사 활성화 “의료진·대중 인식 함께 바뀌어야”

장내 미생물 검사와 맞춤형 관리가 1·2차 의료기관과 건강검진센터 등으로 확대되려면 의료진과 일반 대중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기업들이 의사들을 대상으로 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결국 이런 검사를 이해하고 환자에게 권하는 사람은 의료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몇백억 마리가 들어 있다거나 특허 유산균이 몇 종류 들어 있다는 숫자에 많이 집착했다”며 “이제는 그런 숫자보다 전체적인 장내 환경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사막에 북극여우를 200마리 풀어놓아도 시간이 지나면 다 죽는다”며 “아무리 좋은 유산균이라도 생태계가 받쳐주지 못하면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없을 수 있다. 전체 랜드스케이프를 어떻게 좋게 만들 것인지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 데이터 축적…마이크로바이옴, 전신질환으로 확장 기대

김 센터장은 향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장 질환을 넘어 뇌질환과 치매, 심장질환, 각종 만성질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장을 넘어 뇌질환이나 치매, 심장질환, 만성질환과의 연관성을 보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동물실험 데이터도 많이 축적돼 있어 앞으로는 이를 실제 사람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과 다양한 질환의 연관성 연구가 축적되는 만큼 사람 대상 임상 데이터가 쌓일수록 실제 진단과 치료로 연결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 센터장은 “의료 현장에서 데이터를 꾸준히 쌓고 이를 다시 현장에 가져와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마이크로바이옴은 장을 넘어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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