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 하나도 FDA 전략이다” 임상약리, 허가 성패 가르는 규제 언어로
임상약리, FDA 허가 전략 전반의 정합성 설계하는 핵심 규제 기능으로 부상
노출-반응 분석 기반 용량 최적화…효과 극대화보다 유효성·안전성 균형 중시
보완근거부터 가속승인 이후 확증연구까지 역할 확대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27 06:00   수정 2026.05.27 06:01
'제1회 Global 신약개발 BOOT CAMP’ 첫째 날 현장. ©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앨나일램 파마슈티컬스 이소정 박사.©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미국 FDA 허가 전략에서 임상약리가 약동학·약력학(PK/PD) 분석을 넘어, 개발 데이터를 실제 허가 조건과 라벨링 전략으로 연결하는 핵심 규제 기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알나일람 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 임상약리 부문 부책임자 이소정 박사는 2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1회 Global 신약개발 BOOT CAMP’에서 ‘허가와 라벨링에서 임상약리의 역할: 규제 관점(The Role of Clinical Pharmacology in Drug Approval and Labeling: A Regulatory Perspective)’을 주제로 발표했다. 임상약리는 약물의 체내 노출과 반응을 분석해 적정 용량, 투여법, 환자군별 사용 조건을 정하고 이를 허가·라벨링 근거로 연결하는 분야다.

이 박사는 미국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에서 임상약리 리뷰어로 근무하며 400건 이상의 임상시험계획(IND)과 다수의 신약허가신청(NDA)·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 심사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약리 정보가 허가와 라벨링에서 어떻게 규제 판단으로 전환되는지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동국대학교 제약바이오산업학과와 식품의료제품규제정책학과가 주최하고 동국대학교 약학연수원이 주관했다. 첫째 날 프로그램은 ‘비임상·독성(Non-clinical & Toxicology)’과 ‘임상약리·중개의학(Clinical Pharmacology & Translational Science)’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박사는 “임상약리는 개발 단계의 약동학·약력학 분석에 머무는 기능이 아니라, 제형과 용량, 환자 요인, 약물상호작용, 라벨링까지 FDA 허가 전략 전반의 정합성을 설계하는 규제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시판 예정 제형은 피보탈 임상 제형과 일관돼야 하고, 차이가 있다면 브리징 근거로 임상적 차이가 없음을 설명해야 한다”라며 “최적 용량은 노출-반응 분석(E-R analysis)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의 균형 속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재적·외재적 요인에 따른 용량 조절은 전용 임상시험(dedicated study), 집단 약동학(PopPK), 생리학 기반 약동학(PBPK) 모델링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며 “기전·약력학(PD) 바이오마커도 질환 병태생리와 약물 작용기전에 강하게 연결될 때 보완근거로서 규제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임상약리 전략은 초기 개발 단계부터 보완근거, 가속승인 이후 확증연구까지 하나의 허가 논리로 설계해야 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허가 단계에서 개발 전략의 정합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약리 검토, 제형·용량·환자 요인 세 질문으로 압축

이 박사는 FDA 신약허가신청·생물의약품허가신청 임상약리 검토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첫째, 시판 예정 제형과 용량용법이 피보탈 임상에서 사용된 조건과 일관되는지. 둘째, 제안된 용량용법이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적절한지. 셋째, 환자의 내재적·외재적 요인에 따라 용량 조절, 모니터링 또는 사용 제한이 필요한지다.

첫 번째 질문은 개발 과정에서 제형, 투여 디바이스, 투여경로, 정제 함량 등이 바뀔 때 중요해진다. 시판 예정 제형이 3상 임상에서 사용된 제형과 다르면 브리징 자료나 생물학적동등성(BE)·생체이용률(BA) 자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투여경로 변경은 단순히 약동학을 맞추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경구제에서 패치제로 바뀌는 경우에는 달라진 약동학이 안전성과 유효성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이 박사는 펨브롤리주맙(제품명: Keytruda) 사례를 소개했다. 초기 비소세포폐암 3상에서는 체중 기반 용량인 2mg/kg IV Q3W가 사용됐지만, 이후 집단 약동학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200mg Q3W 고정용량 전환이 허가 판단으로 이어졌다. 이 사례 핵심은 투여 편의성 자체가 아니라, 체중에 따른 노출 차이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지를 데이터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용량 최적화다. 항생제처럼 치료역이나 최소억제농도(MIC) 목표가 확립된 경우에는 목표 노출 달성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신약은 이런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노출-반응 분석이 핵심 근거가 된다. 노출-반응 분석은 1상부터 3상까지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노출과 유효성, 노출과 안전성의 관계를 함께 평가하는 접근이다.

이 박사는 “용량 선택은 효과가 최대인지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유효성과 안전성 사이의 최적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며 “FDA의 항암제 용량 최적화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옵티머스(Project Optimus)도 임상약리에서 계속 다뤄온 용량 최적화 개념이 항암제 개발에 본격 적용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시레오타이드(Signifor) 사례는 이 같은 판단 구조를 보여준다. 쿠싱병 성인 환자 162명을 대상으로 한 3상에서 0.6mg 또는 0.9mg BID(1일 2회 투여)가 평가됐고, 1차 유효성 평가변수는 고용량에서만 충족됐다. 그러나 FDA는 노출-반응 분석을 근거로 저용량인 0.6mg도 초기 용량으로 허용했다. 이후 요중 코르티솔(urinary cortisol)과 내약성을 보면서 0.3~0.9mg 범위에서 용량을 조절하도록 판단했다.

환자 요인·병용약물, 라벨링의 실제 사용 조건 결정

세 번째는 환자 요인과 병용약물이다. 이 박사는 임상약리 검토에서 간기능, 신기능, 체중, 연령, 성별, 인종, 유전형 등 내재적 요인과 병용약물, 흡연, 음주 등 외재적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요인은 단순한 용량 감량 여부를 넘어 추가 모니터링, 특정 환자군 사용 제한, 금기 설정 등 라벨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티르제파타이드(Mounjaro) 사례에서는 19개 임상시험 자료를 통합한 집단 약동학 분석이 제시됐다. 연령, 성별, 인종, 체중, 신기능, 간기능 등이 티르제파타이드 노출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했고, 그 결과는 특정 환자군 사용 정보와 약동학 항목에 반영됐다.

엘리글루스타트(Cerdelga)는 환자 유전형과 병용약물이 라벨링을 바꾸는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이 약물은 CYP2D6와 CYP3A를 통해 대사되며, 약물 농도가 높아질 경우 PR·QTc·QRS 연장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CYP2D6 유전형별 용량 조절과 CYP2D6·CYP3A 억제제 병용 제한 또는 금기가 라벨에 반영된다. 이 박사는 약물상호작용(DDI) 연구와 생리학 기반 약동학 모델링이 실제 용량 권고로 연결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계적으로 특정 요인의 영향이 보이는지 여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 차이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인지까지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약리 정보는 라벨의 임상약리 항목(Section 12 Clinical Pharmacology)에만 머물지 않는다. 용량·투여법, 금기, 경고와 주의사항, 약물상호작용, 특정 환자군 사용 등 실제 처방과 사용 조건을 결정하는 핵심 항목으로 이어진다. 임상약리가 약물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를 라벨 언어로 전환하는 기능이라는 설명이다.

보완근거와 가속승인, 임상약리의 규제 기능 확장

이 박사는 발표 후반부에서 임상약리 정보가 허가 근거를 보완하는 방식도 설명했다. FDA의 의약품 허가 기준인 유효성의 실질적 근거(substantial evidence of effectiveness)는 전통적으로 두 건 이상의 적절하고 잘 통제된 임상시험을 중심으로 해석돼 왔다. 다만 한 건의 임상시험이라도 보완근거(confirmatory evidence)가 충분하면 허가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한 건의 임상시험만으로 기준을 낮춘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연히 긍정적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다른 과학적 근거로 줄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완근거에는 관련 적응증 또는 같은 약리계열의 임상근거, 동물모델, 자연사 자료, 실제임상자료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이 가운데 임상약리와 직접 연결되는 영역은 기전 및 약력학 근거다. 질환 병태생리, 약물 작용기전, 약력학 바이오마커가 하나의 생물학적 흐름으로 연결될수록 보완근거로서 설득력이 커진다.

포스데노프테린(Nulibry)은 이 같은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A형 몰리브덴 보조인자 결핍증(MoCD Type A)은 cPMP(cyclic pyranopterin monophosphate) 결핍으로 신경독성 대사체인 S-설포시스테인(S-sulfocysteine, SSC)이 축적되는 희귀질환이다.

이 박사는 포스데노프테린 투여 후 요중 S-설포시스테인(urinary SSC)이 감소한 자료가 단일군 임상시험과 자연사 외부대조 자료를 보완하는 기전·약력학 근거로 활용됐다고 소개했다.

가속승인도 임상약리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FDA의 가속승인은 중대한 질환과 미충족 의료수요가 있는 경우, 임상적 유익성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리평가변수(surrogate endpoint) 또는 중간 임상평가변수(intermediate clinical endpoint)를 근거로 허가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승인 이후에는 임상적 유익성을 확인하기 위한 확증연구(confirmatory study)가 필요하다.

토퍼센(Qalsody)은 SOD1 ALS에서 혈장 신경미세섬유 경쇄(NfL)를 대리평가변수로 활용한 사례로 제시됐다. 28주 무작위·이중눈가림·위약대조 3상에서 1차 임상 평가변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뇌척수액(CSF) SOD1 단백 감소, NfL의 생물학적 개연성, 문헌 기반 예후 가치, NfL 감소와 임상 결과 간 상관성이 함께 고려됐다.

케빌리디(성분명: eladocagene exuparvovec-tneq)는 같은 바이오마커라도 규제적 역할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방향족 L-아미노산 탈탄산효소 결핍증(AADC deficiency)에서 뇌척수액 호모바닐산(CSF HVA)은 도파민 대사와 연결되는 생물학적 개연성은 있었지만, 임상 결과 예측력은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리평가변수로는 인정되지 않았고, 48주 총운동 이정표 달성(gross motor milestone achievement)이 중간 임상평가변수로 활용됐다.

이 박사는 “가속승인은 신약개발을 단순히 빠르게 해주는 제도가 아니라, 대리평가변수나 중간 임상평가변수가 임상적 유익성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때 활용되는 경로”라며 “바이오마커 신호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고, 해당 지표가 실제 임상 결과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문헌 근거와 임상 자료로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결국 개발사가 자체 임상시험 안에서 임상 결과와의 상관성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가속승인을 받더라도 이후 확증연구를 통해 임상적 유익성을 확인해야 하므로, 초기 개발 단계부터 후속 검증 전략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회 Global 신약개발 BOOT CAMP’ 첫째 날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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