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한 혈액 검사를 최초로 승인했다. 기존 고비용·고위험 검사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비침습적 진단법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국내 기업들도 유사한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FDA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플라크(침착물)를 혈액을 통해 탐지하는 ‘루미펄스(Lumipulse)’를 공식 승인했다. 루미펄스는 혈장 내 β-amyloid 1-42와 1-40 두 가지 단백질 비율을 분석해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기존 뇌척수액 채취나 양전자 단층촬영(PET) 등에 의존하던 방식에 비해 덜 침습적이며, 접근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진단법으로 평가된다.
FDA는 이번 승인을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이 있는 55세 이상 환자에 한해 제한했으며, 검사 결과는 반드시 임상 정보와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 진단 시장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글로벌 추세와 맞물려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Market Research Future)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시장 규모는 2023년 45억 달러(약 6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8.9% 성장해 2032년에는 약 88억 달러(약 12조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치매 및 인지장애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크다. 2024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명,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는 약 200만명으로 알려졌다. 65세 이상 인구 약 25%가 인지 저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도 추산된다.
이번 루미펄스 승인을 계기로 알츠하이머병 혈액 진단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혈액 기반 조기진단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술 보유 기업은 피플바이오다. 피플바이오는 독자적인 ‘멀티머 검출 시스템(MDS)’ 기술을 기반으로 혈액 내 베타아밀로이드 응집도를 측정하는 ‘알츠온(AlzOn)’을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고가 영상진단 대비 비용 부담이 낮고 접근성이 뛰어나 대규모 조기검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유럽 최대 수탁기관인 신랩(Synlab)과 공동 임상을 통해 ‘알츠온 플러스’를 수출용으로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헝가리를 시작으로 유럽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FDA의 첫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진단 승인 사례는 향후 글로벌 조기진단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신호탄”이라며 “국내 진단 기업들에도 기술력 부각과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