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술로만 여겨졌던 의약용 유전자편집 기술이 현실화됐다. 'CRISPR-Cas9(크리스퍼 캐스9)'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가 탄생, 관련 치료제 시장과 유전자편집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유전자편집 치료제 최대 난제였던 '오프타깃(Off-target, 표적이탈)'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돼,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의약용 유전자편집기술은 질환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다른 유전자로 치환시키는 기술을 가리킨다. 이를 통해 질환을 치료할 수 있고 발병도 막을 수 있다.
글로벌 의약품 규제기관이 잇달아 카스게비(Casgevy)를 승인하며, 유전자가위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유럽 EMA는 18일 카스게비 사용 승인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이르면 내년 2월 승인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미국 FDA는 지난 8일 CRISPR-Cas9 기술이 적용된 카스게비 사용을 조건부 승인했다. 지난달 영국 MHRA도 카스게비 사용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번 카스게비는 조건부로 승인돼 환자에게 실제 사용한 데이터에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면, 사용이 중지될 수 있다. 유전자편집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카스게비가 공개한 임상시험 데이터에서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이는 유전자편집 기술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오프타깃 불안 요소가 해결되는 단초”라고 말했다. 오프타깃은 원하는 유전자가 아닌 다른 유전자가 편집되는 현상으로, 오프타깃이 발생하면 매우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FDA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카스게비는 안전성에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카스게비 전체 투약군에서 이식편거부반응(graft rejection) 및 실패한 환자 없이, 모두 성공적인 생착(successful engraftment)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장 흔한 이상사례로 혈소판 및 백혈구 수치 저하, 구강 궤양, 근골격계 통증 등이 보고됐다.
카스게비는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이외에도 우선 검토(Priority Review), 패스트트랙(Fast Track), 첨단재생의약치료제(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로 인정받아 신속하게 사용 승인을 획득됐다. 희귀의약품 지정은 환자 수가 20만명 이하인 희귀유전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및 신속 허가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정 시, 임상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 신약 허가 심사비용 면제, 허가 취득 후 7년간의 시장 독점권 등의 혜택을 준다.
국내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CRISPR-Cas9 원천 기술 개발사인 툴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툴젠은 지난 14일 미국 FDA로부터 선두 유전자편집 치료제 파이프라인 ‘TGT-001’의 ‘희귀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을 받으며, 임상시험 진입을 위해 속도를 올리고 있다.
툴젠 관계자는 “TGT-001가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만큼, 신속하게 글로벌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라며 “TGT-001는 전임상시험에서 우수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만큼, 향후 결과가 긍정적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진코어가 지난 3월 미국 제약사에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진코어는 사업화 성공에 따라 최대 3억5000만 달러(약 4500억원)를 받을 수 있다. 진코어의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 플랫폼 'TaRGET(Tiny nuclease, augment RNA-based Genome Editing Technology)'은 CRISPR-Cas9 대비 편집 효소의 크기가 작은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