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관절염은 크고 작은 관절의 대칭성 다발성 관절염을 일으키는 만성, 전신성 자가면역 질환이다.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류마티스 질환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거나 면역 조절 장애가 있는 류마티스 질환자는 일반인 대비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높다.
최근 싱어 박사(Dr. Singer D)의 ‘J Rheumatol’ 논문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중 면역억제제 및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 대상포진 발병률은 일반인 대비 2.8배 이상 높다. 면역억제제나 면역 조절 장애 등이 류마티스 질환 환자에서 대상포진 감염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저하되면 몸 속에 잠복해 있는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재활성 되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과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류마티스학회 역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50세 이상의 류마티스 질환자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권고사항에도 불구하고 국내 류마티스 질환자들의 백신 접종은 제한적이었다. 그 이유는 류마티스 질환 환자들의 경우 예방접종으로 인해 기저질환이 악화될 가능성이나 접종 후 면역형성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 유통되고 있던 백신이 모두 약독화를 띠는 ‘생백신’이었기 때문.
생백신은 백혈병, HIV 감염증 환자 등 면역 저하 환자에서 백신 성분 병원체의 통제되지 않는 지속적인 증식으로 인해 치명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류마티스 질환자에게는 접종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사백신인 ‘싱그릭스’가 출시되면서 기존 접종이 금기되었던 면역 저하 환자에게도 대상포진 예방 접종이 가능해졌다. 싱그릭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단백질 성분인 당단백질 E(Glycoprotein E)와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면역증강제 AS01B가 결합된 국내 최초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바이러스 백신이다. 만 50세 이상의 성인은 물론 만 18세 이상에서 질병 혹은 치료로 인한 면역저하 또는 면역억제로 인해 대상포진의 위험이 높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에게 접종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도 만 18세 초과 면역억제제 복용 중인 류마티스 질환자에게 유전자 재조합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아주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서창희 교수는 “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2018년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등 만성질환자들에게 싱그릭스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며 “지난해 국내에서도 면역억제제를 복용해 생백신 접종이 불가했던 환자에게도 접종이 가능한 사백신이 출시된 만큼, 국내 류마티스 질환자들도 효과적으로 대상포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백신은 살아 있지 않아 체내에서 증식할 수 없고, 면역저하자에게 투여된다 하더라도 감염증을 유발할 수 없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도 접종할 수 있다"면서 " 류마티스 질환자들은 감염질환 예방이 중요한 만큼, 의료진과의 상의해 기존 백신 접종력을 파악하고 필요한 백신 접종을 받을 것을 적극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