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itual Reality, VR)을 활용한 헬스케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VR을 통해 만성통증을 치료하는 기술이 본격화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글로벌 ICT 주간동향리포트, ‘VR 의료, 마성통증 완화에 효과’에서는 이와 같이 밝히며, VR 헬스케어의 성장에 주목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연구 단계를 거쳐 실제 치료를 위한 VR솔루션이 미국 FDA 허가를 통과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얼라이드마켓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는 VR 헬스케어 시장은 2018년 기준 2억 7,091만달러(약 3,065억 원)에서 2026년이면 23억 8,368만 달러(약 3조 332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FDA는 만성 요통 치료 수단으로 어플라이드VR(Applied VR)의 ‘이즈VRx(EaseVrx)’ 기기를 승인한 바 있다. 이즈VRx는 사용자의 숨소리를 증폭시켜 호흡을 돕는 장치가 내장되어 있는 몰입형 VR 기기로, VR를 통해 사고 패턴 및 감정을 인식하고 인지행동 요법의 원리로 요통 완화를 유도한다.
FDA에서 요통환자 1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조군 비교 실험에서 이즈VRx를 사용한 환자의 46%에서 통증 감소 효과를 확인했으며, 이는 대조군 대비 50% 높은 수치로 FDA는 본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기기를 허가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개발 중인 VR 기반 치료법이 FDA에 의해 STeP(Safer Technologies Program) 승인을 얻었다. STeP는 심각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질병에 사용되는 획기적인 기기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STeP에 선정되면 기기가 신속하고 안전하게 시판될 수 있도록 FDA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
VR 활용, 진통제 대체하고 의존도 낮춘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도 VR를 활용해 만성통증을 줄이는 CR 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만성통증 환자들은 통증을 줄이기 위해 아편유사제 및 통증 완화 약물을 사용하는데, 이는 과도한 약물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LA 씨다스시나이(Cedars-Sinai) 병원 브레넌 슈피겔(Vrennan Spiegel) 의사는 2015년부터 환자들의 진통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VR 치료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슈피겔의 VR 프로그램은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동안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분산치료’의 한형태를 띄고 있다고 리포트는 설명했다.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VR를 활용, 가상 해변 등 풍경에 환자들을 몰입시켜 두뇌의 50%가 시각 처리에 사용되게 하고 이를 통해 환자는 환각제 복용한 것과 유사하게 고통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
리포트에 따르면 실제로 슈피겔 VR 프로그램에서 환자들의 심장 박동이 안정을 찾고 동공이 작아지고 이완되는 등 통증과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효과를 증명했다. 이로 인해 슈피겔 VR 프로그램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약 100만 달러(약 12억 7,100만 원)의 투자금을 지원받으며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의료 시스템 한계 극복, 의료 취약 지역 접근성 향상까지
핀란드에서는 만성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자주 나타나는 ‘움직임 공포증(Kinesiophobia)’을 극복하고자 VR를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제약회사 오리온(Orion), 배스대학교(University of Bath) 연구팀 그리고 기술 기업 헬스웨어(Healthware)는 협업을 통해 VR를 활용한 몰입형 게임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
해당 플랫폼은 움직임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한 인지 행동 치료(CBT)의 일환으로, 기술 개발 후 6개월간 타당성 조사가 실시됐다. 2020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파일럿 연구가 공개되었는데, 연구와 개발을 맡고 있는 오리온사는 임상 시험에서 만성 요통을 겪는 성인 환자들의 움직임 공포증 극복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고 발표했다. 치료 이후 환자들 사이에서 움직임에 대한 두려움을 평가하는 TSK 점수가 시험 종료 시점에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삶의 질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났는 설명이다.
이에 리포트는 해당 프로그램은 디지털 치료법의 잠재력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전했다. 현재 의료 시스템이 개별 의료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다수의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디지털 의료 시스템이 대중화될 경우 자동화된 원격 기술을 이용해 가정에서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 의료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리포트는 환자 자신이 보다 자유롭게 치료법에 참여할 수 있고, 비대면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에 의료 취약 지역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데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VR 재활 요법 연구도 진행중
일본의 의료기기 제조 업체인 졸리굿(Jolly Good)은 지난해 12월 아이치의과대학병원(Aichi Medical University Hospital) 통증센터와 협업을 통해 VR를 기반으로 한 만성 통증 치료 효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졸리굿은 다양한 상황에서 VR를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만성통증에 관련된 VR 치료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뇌졸중 후 통증, 기타 통증 유발 상태를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VR 재활 요법을 연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