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격전지, 다음은 ‘삼중음성 유방암’이다
높은 변이 부담·뜨거운 암세포 특성 띄는 ‘면역원성’에 저항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3-04 06:00   수정 2020.03.04 06:13
표적치료제들이 표적할 수 있는 수용체들이 모두 음성인 ‘삼중음성 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이 면역항암제 경쟁의 다음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2~20% 정도를 차지하지만, 지금까지 출시된 치료제들이 표적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표피성장인자(HER2) 수용체 세 가지 모두 음성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신약이 전무한 질환이다.

그러나 질환 특성상 호르몬 치료나 HER2 수용체 표적 치료는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까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이 전이 후 받을 수 있는 치료는 항암화학요법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었다. 또한 이러한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은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등은 받을 수 없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로 왜 면역항암제가 각광받고 있을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다른 유방암 아형에 비해 암세포에서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암세포 내로 이미 잠입해 있는 면역세포의 비율도 높다. 따라서 암세포가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특성, 즉 면역원성(immunogenicity)이 가장 강한 유방암의 아형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원성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으로는 먼저 ‘높은 변이 부담’이 있다. 암세포에서 변이가 발생하면 면역세포가 변이를 외부 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면서 면역 반응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타 유방암 아형 대비 암세포 변이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암세포(hot tumor)’ 역시 면역원성에 영향을 미친다. 면역세포가 암세포 내로 이미 잠입해 공격할 준비가 완료된 상태의 암세포는 염증을 동반한다. 이에 ‘민감성’ 또는 ‘뜨거운’ 암세포(hot tumor)라고 명명되기도 한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이미 싸울 준비가 완료된 면역세포의 비율이 전체 유방암 아형 중 가장 높은 종양이다.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은 면역항암제가 표적하는 마커 중 하나인 PD-L1 발현율이 다른 유방암 대비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면역항암제 중에서도 PD-L1을 억제하는 항 PD-L1 기전의 면역 치료의 잠재력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삼중음성 유방암 분야 최초의 면역항암제로는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과 병용 조건으로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의 1차 치료에 국내 허가를 획득한 상황이다.

티쎈트릭+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병용요법 적응증은 전이 단계에서 이전에 화학요법을 받지 않은 PD-L1 발현 비율 1% 이상의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요법은 티쎈트릭의 임상 3상인 IMpassion130 연구를 통해 PD-L1 양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2년 이상(25.0개월)의 전체 생존기간(OS) 중간값을 나타냈으며, 객관적 반응률 또한 58.9%로 나타나 향후 국내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항PD-1 치료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도 삼중음성 유방암에 주목할 만한 효과를 보였다.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1차 요법으로 키트루다와 항암화학 요법을 병용한 그룹의 효과를 평가한 임상 3상인 KEYNOTE-355 연구에서 이 같은 결론이 도출된 것.

키트루다와 항암화학 요법(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파클리탁셀, 젬시타빈, 카보플라틴)중 한 가지를 병용한 그룹은 항암화학 요법 단독 투여군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이 유의하게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다른 시험 목표들의 충족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이 같은 결과만 놓고 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