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있는 약이 뜬다…환자가 평가하는 ‘PRO’는 무엇?
의료진 평가 어려운 삶의 질 측정…최근 HIV/AIDS서도 도입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10-29 06:00   수정 2019.10.29 06:04
최근 보건의료체계를 구성하는 다방면의 영역에서 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의약품의 유용성을 측정하는 데에 ‘환자중심 평가지표(Patient-Reported Outcome, PRO)’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PRO란 임상의나 제3자의 영향이나 해석 없이 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 상태에 관해 직접 표현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지표로, 환자들은 증상을 비롯한 건강관련 삶의 질, 건강 상태, 치료 순응도, 치료에 대한 만족도 등을 측정하기 위한 질문을 받게 된다.

PRO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의약품 개발 임상 시험뿐 아니라 임상 현장에서도 활용 증가 및 의무화 추세다.

미국 FDA는 신의료기술 평가 시 PRO를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OECD 역시 회원국의 PRO 측정 도구를 종합해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체계 성과를 평가하는 사업(Patient-Reported Indicators Surveys, PaRIS)을 추진 중이다.

PRO는 특히 만성질환 분야에서 그 효용성과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통증의 빈도, 질병으로 인한 피곤함에 지장을 받는 정도 등 의료진 입장에서는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 PRO를 통해서는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환자 입장에서는 임상 참여자들의 ‘수치화된 후기’가 있는 치료제 및 수술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환자가 오래 약을 복용해야 하는 류마티스 질환이나 항암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PRO가 사용돼 왔다.

대표적으로 릴리의 경구용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는 환자들의 통증, 피곤함, 조조강직, 불안, 우울, 일상수행능력 등의 PRO 지표를 통해 치료 만족도를 측정, 비교군 대비 유의하게 개선된 효과를 확인했다.

화이자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는 PRO를 활용한 삶의 질 분석에서 입랜스 병용요법이 위약군 대비 global QoL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QoL 악화를 유의미하게 지연시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최근 치료제의 발달로 만성질환처럼 관리 가능해진 HIV/AIDS의 경우에도 PRO 데이터가 가지는 의미가 커지고 있다. HIV 치료제 역시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되면서 이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척도로 PRO가 도입되고 있는 것.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HIV 신약 빅타비(성분명: 빅테그라비르 50mg/엠트리시타빈 200mg/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25mg)는 국내 출시된 HIV 치료제 중 유일하게 PRO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길리어드는 빅타비를 기존 3제 복합제와 비교한 2번의 임상 3상(Study 1489, Study 1844)에서 PRO를 실시, 두 약물 치료로 어떻게 HIV 관련 증상이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두 연구 모두 빅타비 투여군과 대조군의 4주, 12주, 48주에 있어서의 HIV-SI(HIV 증상 측정 단위)를 측정 후 비교했다.

그 결과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경험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Study 1489에서 빅타비로 HIV 치료를 시작한 그룹이 ABC/DTG/3TC 복합제로 HIV 치료를 시작한 그룹보다 위장관계 증상과 수면 장애가 더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12주째 시점에서 ABC/DTG/3TC 복합제를 복용중인 그룹내에서 수면장애를 보인 환자의 비율은 38.2%였던 반면, 빅타비를 복용중인 그룹내에서 수면장애를 보인 환자의 비율은 29.1%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또 오심/구토, 식욕 저하 등 위장 관계 증상도 빅타비 투여군이 유의하게 적었다.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Study 1844에서는 빅타비로 복용을 변경한 환자들이 ABC/DTG/3TC 복합제 복용을 유지한 환자들 대비 우울감이 더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48주째 시점에서 우울감을 보인 환자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 ABC/DTG/3TC 투여군은 30.9%였던 반면 빅타비 투여군은 23.0%에 불과했다. 또 빅타비 투여군은 대조군 대비 수면의 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연구 개발 분야에서 환자 삶의 질 개선이 더욱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은 가운데, PRO가 미래 신약 개발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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