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접근성 부재, 어느 한 가지의 문제 아냐”
암 시민연대 최성철 대표 “제도·정부 역할 등 복합적 문제 개선 필요”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7-15 06:00   수정 2019.07.15 06:03
암 환자들 중에서도 치료법이 없는 암, 또는 말기 암환자들의 경우 기대 여명을 연장하기 위해 가장 의존하는 치료법은 아마도 ‘신약’일 것이다.

국내 신약 시장과 신약 개발 기술력은 꾸준히 발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신약 접근성이 부쩍 향상됐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특히 환자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간절한 상황에서, 신약을 투여 받을 수 있는 날들만을 기다리다가 좋지 않은 예후를 맞이하기도 한다.

암 시민연대 최성철 대표는 신약의 국내 급여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로 제도와 건강보험 재정, 정부의 역할 등 여러 문제들이 얽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개별약제에 대해 평가하고 급여를 하는 부분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포괄수과제처럼 질환군이 넓어지게 된다면 효율적일 텐데, 개별약제를 일일이 평가하다 보니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보험 적용 과정을 봐도 이상적인 모델이 없다. 따라서 국내 상황도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들의 입장에서 불만스러운 부분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최근에는 보장성이 확대되다 보니 급여가 되지 않은 약은 쓸 수가 없는데, 문제는 그게 개인의 선택이 아닌 건강 보험 재정으로 운용되는 일이기 때문에 원하는 부분에 많은 것을 쓸 수가 없다는 것.

최 대표는 “예전에는 식약처의 허가 자체가 굉장히 큰 산을 넘는 일로 인식됐다. 그러나 요즘은 해외 임상 자료만 있다면 신속하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 필요성이 인정되면 허가과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접근성이 우선인지, 건강보험 유지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우선인지 저도 고민스럽다. 대부분의 환자는 신약 접근성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필요도 있다. 그러나 기대 여명, 비용 등을 냉정하게 고려해 차라리 통증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는 요구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신약 접근성 향상에 큰 역할을 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일부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대표는 “국회 토론회만 봐도, 보건 의료 쪽은 환자들의 입장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 또 혁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 향상의 목적이 국민의 건강 증진과 생명 연장이 돼야하는데, 경제 수치를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하는 쪽으로 집중된다면 본래 목적과 어긋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신산업 시장을 만들어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는 별개로, 결국 시장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정부는 원래 목적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건 의료 부문에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겠다는 시장을 계속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도에 대해 환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신약, 치료 방법을 기대하게 하기 때문에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목적이 질병의 치료나 건강 증진이 아닌 자꾸 시장만을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오히려 무조건 면역항암제만을 권할 것이 아니라, 다른 보조 요법들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환자들의 요구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 상황 속에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신약, 특히 항암제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

최 대표는 “실제로 면역항암제를 쓰시는 분들에게 계속 신약만 얘기할 게 아니라 호스피스나 완화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쪽은 제도적인 부분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 오히려 면역항암제는 현실적으로는 어렵지만 제도적으로는 쓸 수 있는 길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레사가 국내에 출시됐을 때, 많은 환자들이 쓰고 싶어 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유의하게 생존 기간을 늘린 사람의 사례만 소개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 많은 환자들에게 그 약을 권해야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 접근성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와 요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 최 대표는 이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대표는 “신약 접근성에 대해 요구는 계속 있어왔다. 그러나 환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 해외에서 허가를 받기도 전에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환자들을 다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급여화가 되는 과정에서 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환자들의 요구에 따라 과정의 간소화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 빨리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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