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C형간염 신약인 ‘마비렛(성분명: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이 국내에 상륙하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C형간염은 혈액 매개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 한국인 중 약 30만명이 앓고 있다. 이 중 약 25만명이 아직 검진이나 치료 전인 감염 환자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된 마비렛은 처음부터 범유전자형 항바이러스 복합제로 개발된 G/P 제제다. G/P는 글레카프레비르(glecaprevir) 범유전자형 NS5/4A 프로테아제 억제제와 피브렌타스비르(pibrentasvir) 범유전자형 NS5A 억제제의 조합을 말한다.
국내 인구의 97%가 유전자형 1, 2형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계속해 해외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나머지 3%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함께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범유전자형이라는 특성은 눈여겨볼 만하다.
문제는 ‘8주 치료’가 가능하도록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투여 기간 한 달가량을 감소시켰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대상이 한정적이다. 마비렛의 투여 기준을 간단히 분류하면 치료 경험에 상관없이 간경변이 없으면 8주 투여, 간경변이 있으면 12주 투여를 할 수 있다.
사실상 국내 C형간염 환자 비율은 고령층 90%, 젊은층 10%이라 볼 수 있는데, 고령 환자들은 간경변증이 진행된 경우가 굉장히 많다.
또 간경변증이 없다 해도 조직검사 등을 통해 환자의 간 섬유화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치료하는데,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여건상 검사를 못하는 의료진들도 존재할 수 있다.
‘간경변’이라는 기준도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11일 열린 마비렛 출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안상훈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초음파 결과만 볼 것이냐, 혈소판 수치도 본다면 어디까지 감소돼야 하나 등 아직 의료 현장에서는 간경변에 대해 주관적인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C형간염 치료제 효과의 기준이 되는 SVR12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오는 2030년 전세계 C형간염 박멸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출시돼있는 많은 약제가 거의 100%에 가까운 SVR12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마비렛은 8주 치료 성공률은 나이, 내성, HCV RNA 바이러스 수치, 간섬유화 정도 등 환자의 특성과 관계없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관련 임상에 따르면, 마비렛의 8주 치료 적응증에 해당하는 모든 유전자형(1~6)이 SVR12 99%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비렛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모든 단계의 신질환 환자에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만성으로 진행된 신질환(CKD) 상태에서 시행하는 투석 환자도 포함된다.
마비렛을 중증 신질환 환자에도 투여할 수 있는 이유는 신장을 통한 배설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량 변경도 필요하지 않아 그동안 신질환 때문에 치료 제약이 있었던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혈액투석환자의 경우 C형간염 유병률은 15%에 달한다.
한국애브비 의학부 원용균 부장은 “마비렛은 9월 7일자로 유통이 확인됐고 10일부터 도매상을 통해 약제가 배송되고 있다. 대형 병원의 경우 절차에 따라 랜딩 중이지만 유통이 확인된 병원은 현재도 처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