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치료의 진전이 없었던 요로상피암이 비소세포폐암, 흑색종에 이어 세 번째로 면역항암제가 급여 적용됐으나 기대와 달리 임상 현장에서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허가 사항과 달리 제한적인 급여 기준 때문이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은 항암 분야의 오랜 난제였다. 시스플라틴 기반의 세포 독성 항암제 병용 요법 등이 요로상피암의 2차 치료제로 연구됐으나 반응이 지속적이지 않고 상당한 독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예후가 좋지 않았다.
특히 요로상피암 환자의 80% 가량이 60대 이상의 고령이며, 합병증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탓에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결정하는 데 제약이 따랐다.
지난해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을 시작으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등 국내 요로상피암 치료 옵션으로 등장한 면역항암제는 30여년만의 신약이라는 점에서 임상 현장의 기대를 모았다.
또한 올해 1월 티쎈트릭이 요로상피암 2차 이상 치료에서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이뤄지면서 완화 의료 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요로상피암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새로운 치료 기회가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급여 기준은 허가 범위의 30%에 불과할 정도로 상당히 축소됐다. 티쎈트릭의 경우, 면역항암제의 급여 기준과 같이 바이오마커 PD-L1 발현율이 5% 이상인 경우에만 급여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의료 환경에서는 환자의 조직 샘플을 얻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허가 근거가 된 임상에서의 PD-L1 양성률에 실제 검사 결과의 양성률이 못 미친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 PD-L1 발현율에 따라 면역항암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요로상피암 환자는 전체 환자의 70%에 달한다.
요로상피암 2차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티쎈트릭 핵심 임상 연구에 따르면 티쎈트릭은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유의한 종양 반응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백금 기반 화학요법 치료 도중 또는 이후에 질병이 진행된 요로상피암을 대상으로 한 티쎈트릭의 IMvigor 210 cohort 2 임상 결과, 티쎈트릭은 IC(Immune cell)2/3 환자군을 포함한 전체 환자군에서 객관적반응률 16%, 완전반응률 6%를 나타내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높은 치료 반응을 보였다.
해외 상황은 어떨까. 지난 6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티쎈트릭을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전이성 요로상피암 2차 치료 환자에게 권고하는 급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항목의 근거는 티쎈트릭이 임상 연구에서 입증한 효과 및 내약성 뿐 아니라 기존 치료 대비 비용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PD-L1 발현율이 5% 이하인 요로상피암 환자들이 치료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일반약제 및 항암제에 대한 기준비급여 정책 방향성은 구체화되고 있으나 면역항암제에 대해서는 판단이 보류되고 있다.
요로상피암의 급여 확대를 기다리고 있는 국내 환자들을 위한 면역항암제 급여 기준의 개선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와 관련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