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서 약사 직능 활용 ‘다양’…문제는 현실성·비용
단기간 제도 안착 어려움 및 재정 확보까지 과제 산더미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7-12-26 06:00   수정 2017.12.26 06:47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들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요구되는 약사 직능의 활용 방안은 다양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초고령화 시대의 약국·약사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는 전문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사의 역할 다양화와 이를 위한 제도 안착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먼저 이재용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노인들의 80%가 평균 5.3개의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약을 먹지만 인지 기능은 떨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투약관리가 어렵다. 이에 약사들은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올바르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조사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으로 부적절한 복용비율이 58.2%다. 이는 많은 요양병원에서 노인들이 제대로 된 약료서비스를 받기가 어렵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노인전문약사 선발과 약사 양성 과정의 편입 등이 제도화되면 좋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추진되기는 어렵다. 대신 단기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약료 서비스 강화 및 노인 상담 등의 방법이 있다“며 ”노인들이 약에 대해 잘 인지할 수 있게끔 가능한 자세한 설명과 복약 수첩 등을 보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신의철 교수는 “현실적으로 약사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따라서 여태까지 언급됐던 단골약국제도, 요양병원 약사 상주 등 많은 제도들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약사가 환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그 서비스 행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이 과연 약사에게 주어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개국 약사는 제외하더라도 의료기관에 소속돼 활동하는 약사들은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며 제도화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양재욱 교수는 “한국은 미국만큼 여러 의료진 사이 협력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현실적으로 새 제도들을 실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깊게 연구해야 하는지와 맞닥뜨릴 장애 등을 현실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양 교수는 “약계에서 노인전문약사를 제도화시키기 위해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직능들로부터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정받는 것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다른 관점으로 노인전문약사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약사회가 단독으로 전문약사제도를 운영하는 것 보다는 미국의 전문약사 인증제도(BPS)와 같이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양 교수는 지적했다.


한양대학교 고령산업융합학과 송기민 교수는 “노인전문약사 제도 역시 기존의 보건의료 틀에서 변화를 주기 때문에 다른 부분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대표적으로 건강보험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노인전문약사 제도를 적용하기에 앞서 한 가지 보완할 것은 외국에서는 진작 많이 시행됐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동안 실행되지 않았는지와 외국에서 왜 이 제도가 의료비 절감과 입원률 감소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노인 의료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3배정도 높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령화, 의료 이용횟수, 행위별수가제, 의약분업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재정의 84%가 건강보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약사회 박규동 부회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그에 맞는 예산이 없다면 실행에 옮기기 힘들다”며 “많은 사람들이 주창하고 있는,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 역시 약에 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회장은 “국내 시판중인 약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성분의 동일 제품이 114개나 된다. 품목수로 평가한 상위 10위까지의 성분들은 전부 100품목이 넘는다. 이 말은 즉 10가지 약만 갖다놓으면 1000가지 이상의 품목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성분명 처방, 참조가격제, 대체조제의 활성화만 잘 실행돼도 보험 재정의 확보와 더불어 고령사회에 발맞춘 안정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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