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기업분할) 건을 기점으로 제약계 인수합병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제약계에서 기업분할을 둘러싼 양사의 갈등(?)을 인수합병 차원에서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권 융자를 끼고 상당수 주식을 매입한 후 24일 임시총회에서 일동제약의 기업분할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녹십자는 "적대적 M&A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동제약도 “주총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향후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이며, 녹십자와도 지속적으로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녹십자의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녹십자는 경영참여 수준, 주주이익 실현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동제약이 상생을 강력히 요청하며 기업분할 도움을 요청한 상황에서 반대했다는 점에서,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 지주회사 전환 건은 일동제약의 제 2대 주주인 녹십자의 찬성이 없으면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업계에서는 2라운드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동제약 최대 주주인 윤원영 회장은 임시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22일 “찬성을 해주면 양측이 더 좋은 관계로 나가며 녹십자도 윈윈을 택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고, 반대를 하면 긴 싸움이 될 것 같다"고 피력했다.
녹십자가 반대표를 던지며 기업분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영권 확보를 위해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제약계에서도 ’우호적 M&A' ‘적대적 M&A'에 대한 말들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녹십자의 경영참여는 시너지가 없다는 시각을 가진 일동제약이 어떤 식으로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작업에 착수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온다.
앞으로가 시작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시주주총회 이전에 양측이 물밑 접촉을 통해 대화를 했을 것인데, 기업분할 무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앞으로 양측이 대화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동제약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도 있고, 지리하게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임시주총과 관련한 녹십자와 일동제약 내부 분위기와는 별도로 업계 내에서는 앞으로 제약계 내 인수합병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어떤 식으로든 대형 제약사 간 인수합병 논의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A제약사 고위 인사는 “백신 혈액제제 위주의 녹십자는 먹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해야 했을 것”이라며 “기회가 있는 회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시너지가 확실히 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B제약사 고위 인사는“ 몇 년전부터 계속 인수합병 얘기가 나왔지만 생각만큼 안 되고 있었는데 부족한 부분 보충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앞으로 인수합병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인수합병은 시너지가 나야 한다"고 전했다.
시너지라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큰 틀에서 인수합병 물결이 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C 제약사 고위 인사는 “글로벌 제약사가 되려면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뭔가 협력해서 윈윈되는 비지니스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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