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C 환자 30~40% '1차 치료 반응 불충분'…2차 치료 공백 해소 촉구
환자·보호자 90.1% 일상생활 영향…질병 진행·간이식 우려도 70% 넘어
ALP 국가검진 도입·환자보고성과 반영 제안…"질환은 희귀해도 부담은 희귀하지 않아"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7-29 15:45   수정 2026.07.29 15:53
2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이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환자 10명 중 3~4명은 1차 표준치료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후속 치료제 접근이 제한되면서 치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질환이 진행될 경우 간경변과 간이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2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와 조기 진단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은 29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PBC는 자가면역 반응으로 간 내 담관이 손상돼 담즙 배출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간 손상이 진행되는 만성 희귀 간질환이다. 방치하면 간경변과 간부전, 간이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 PBC 유병률은 약 25000명당 1명으로 추정된다"며 "환자 수가 적고 일반인과 의료진의 질환 인지도가 낮아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의 약 83%가 여성이고, 주된 발병 연령도 40~60대로 직장생활과 자녀·부모 돌봄 등 사회·경제적 역할이 집중되는 시기와 겹친다.

환자들이 겪는 피로와 가려움증, 수면장애, 기억력·집중력 저하 등은 일상생활과 업무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기 증상이 갱년기 증상이나 일반적인 피부질환으로 오인되면서 정확한 진단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강 교수는 간 손상 진행을 가늠할 수 있는 알칼라인 인산분해효소(ALP) 검사가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도 진단 지연의 한계로 꼽았다.

문제는 진단 이후에도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PBC의 1차 표준치료제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지만, 전체 환자의 약 30~40%는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환자 10명 중 3~4명은 1차 치료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지만, 국내에서는 효과적인 2차 치료제의 실제 처방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치료 공백이 지속되면 간 손상이 누적돼 결국 간경변과 간이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PBC는 단순한 간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삶과 노동, 가족, 생명에 직결되는 공공보건 과제”라며 질환 진행 억제를 중심으로 희귀 간질환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건강검진 내 ALP 검사 도입 검토 △희귀 간질환 유전자 검사 접근성 개선과 국가 단위 환자 레지스트리 구축 △혈액 수치와 함께 환자보고성과(PRO)·삶의 질을 반영한 평가체계 도입 △1차 치료 불충분 환자를 위한 2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등을 제안했다.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중년 여성의 돌봄 부담과 사회적 고립이 심화하면서 신체·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중년 여성은 직장생활과 자녀·부모 돌봄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PBC에서 나타나는 피로와 가려움증은 이러한 환경에서 삶의 질과 사회경제적 활동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와 가족이 체감하는 질병 부담도 수치로 확인됐다.

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희귀 간질환 환자와 보호자 1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희귀 간질환 환자·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환자와 보호자의 90.1%는 질환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경제활동에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은 54.1%, 사회활동은 44.2%, 육아·보육은 37%로 집계됐다.

질병 진행을 우려한다는 응답은 77.2%, 향후 간이식 가능성을 걱정한다는 응답은 72.5%였다. 응답자의 94.3%는 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방 사무국장은 “희귀 간질환의 부담은 의료비에만 머무르지 않고 직업 유지와 가족 돌봄, 경제적 부담, 심리적 소진으로 확장된다”며 “환자 한 명의 질환이 가족 전체의 시간과 감정, 경제 상황과 미래 계획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의 목표는 환자가 간이식 단계까지 잘 버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간이식이 필요해지기 전에 치료에 개입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조기 진단 강화 △치료 접근성 개선 △신약 신속 등재 △전문 진료체계 구축 △경제적 지원 확대 △심리·돌봄 지원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방 사무국장은 "질환은 희귀하지만 질병 부담은 결코 희귀하지 않다"며 "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정책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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