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이력 공개, 환자 알권리 vs 필수의료 위축 격돌
의료계 단체는 불참… "공개 기준·범위 두고 사회적 합의 험로 예고"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7-29 14:34   수정 2026.07.29 15:11
토론회 전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2027년 5월 27일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을 앞두고, 보건의료인의 중대 의료사고 및 형사처벌 이력 공개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감면이 법제화된 만큼 환자의 방어권을 위해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과, 필수의료진에 대한 가혹한 이중처벌이자 방어진료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이소희 의원 주최로 열린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 관련 국회 토론회(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에서는 이 같은 쟁점을 두고 각계 전문가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권용진 서울대학교 공공진료센터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법조계, 의료윤리학회,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참석했으나, 제도의 직접적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불참해 반쪽짜리 토론회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성민 교수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따른 의료사고의 형사책임을 감면·면제하는 특례를 담고 있는 만큼, 환자의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을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타 전문직종은 이미 징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료인에게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의료변호사협회 윤동욱 부회장 역시 "현행 의료법상 수술 전 설명의무가 있지만, 정작 누가 집도하는지, 과거 업무상 과실 이력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중대 사유에 한정한 비례적 정보 공개 도입에 찬성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권대희 씨, 신해철 씨 사건 등 중대 의료사고 사례를 언급하며 제도의 사각지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중대한 과실로 환자를 사망하게 하거나 과실을 반복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도, 해당 의사에게 진료받을 환자는 이를 알 길이 없다"며 "면허를 무조건 박탈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이력을 공개해 환자가 합리적으로 의료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의료소비자가 어떤 의료인에게 자신을 맡겨야 할지 결정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확정 판결 이전이라도 문제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환자 안전 통제 장치 마련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의료윤리학회 어은경 교육이사(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중대한 위해 사건의 80%는 의료인 개인의 단독 오류가 아니라 장비, 정보시스템, 다수 직종 간의 인계 등 복합적인 시스템 취약성에서 비롯된다"며, 민·형사 판결 결과를 기계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에 반대했다.

어 이사는 "위험도 조정 없이 사고 이력만 공개되면, 의료진은 고위험 환자나 응급수술을 회피하는 '방어진료'를 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필수의료 접근성 악화라는 이중 왜곡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공개에 앞서 독립적인 국가 환자안전사건 조사기구를 통한 근본 원인 분석과 전문직 심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 역시 "경과실과 중과실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민·형사 이력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될 수 있다"며 비례성 원칙을 강조했다.

정부 측인 보건복지부 신현두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일반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신 과장은 "의료사고는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의 성격을 띠며, 과실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는 타 분야에서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료 종사자들에게 이력 공개의 부담이 지워지면 필수진료 기피 현상이 심화되어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신 과장은 "진료 중 성범죄나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등 중대한 '고의적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이력을 공개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사안의 중대성에 따른 선별적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 성격으로 논의에 불이 붙은 '의료인 이력 공개 제도'는 환자 보호라는 명분과 필수의료 위축이라는 현실적 우려가 맞물려 있다. 의료계 단체의 불참 속에서 첫발을 뗀 국회 논의가 향후 정보 공개의 구체적 기준과 범위를 두고 어떤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어있는 의료계 단체.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발제를 맡은 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토론회 좌장을 맡은 권용진 서울대학교 공공진료센터 교수.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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