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타 이어진 복지위 회의장…백신 피해자에 항소한 질병청 “취하하라” 압박
여야 막론 “항소는 피해자 두 번 죽이는 일…새 기준 만드는 기회 삼아야” 강경 태세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8-28 06:00   수정 2023.08.28 06:00
(왼쪽부터) 정의당 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질병관리청을 향해 ‘항소를 취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코로나19 백신접종 후 사망한 피해자 유족이 1심에서 승소하자 항소를 제기한 질병관리청이 국회에서 뭇매를 맞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영미 질병청장에게 ‘당장 항소를 취하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지 청장은 “현재까지 접수된 유사 피해보상 신청이 560여건에 이른다”면서 “이에 적지 않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심 판단을 받겠다”고 밝혀 비판을 받았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5일 열린 제409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선 피해보상 소송에 대한 항소 취하 검토 시정요구 사항과 관련해 질병청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위원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논란의 중심인 소송은 30대 남성 오 모씨가 2021년 10월22일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하고 이틀 뒤 왼쪽 팔 저림과 마비 증세를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흘 뒤 사망한 사건이다. 오 모씨의 아내 김 모씨는 남편이 백신 접종으로 숨진 것으로 판단,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근거에 질병청에 보상을 신청했다.  질병청은 남편의 사망 원인이 뇌출혈이라는 부검 소견에 따라 백신접종과의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해 피해보상 거부 처분을 내리자 질병청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 청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 없이 수용할 경우 피해보상 신청은 5년 내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신청이 이어질 수 있어  백신접종 기준 등 예방접종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정책 운용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올해 동절기 접종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고 밝혔다. 지 청장은 또한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위원회 위원 구성이나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인 만큼 2심까지는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위 위원들은 여야 구분없이 모두 단호하게 “국가적 재난 상태에 협조한 국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전 국민의 건강을 위해 거의 강제접종하다시피 했다"면서 “당시 대통령이 백신 피해와 관련해선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피해자가 자구책을 강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났는데 그마저 부정하고 계속 다른 핑계를 댄다면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런 식의 대응은 부적절하므로,  항소는 반드시 취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도 항소는 당연히 시정조치해야 한다고 강하게 언급했다. 서 의원은 “다른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1년 안에 개발해 불확실성에 대해선 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은 국가를 믿고 정책을 따랐다”며 “질병청은 전문위원회 판단을 번복할 수 없다고 하는데, 법원이 인과성이 없다는 위원회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위원회가 의사결정을 다시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위원회 판정 결과 만성 뇌질환과 인과성이 있다고 하는데, 피해자 측은 ‘이 질환으로 병원에 간 적도 없고 단지 백신만 맞았다’며 너무 억울해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면서 "조사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억울한 분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항소를 무조건 취하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국가재난적 상황에서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고 꾸짖었다.

정 의원은 “만약 이 사건의 항소 취하로 인해 나머지 500여명의 비슷한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보상해야 한다고 묻는다면 ‘당연하다’고 말하겠다”며 “인과성만 내세워 피해자들이 도움받을 길이 없게 된다면 오는 가을에 누가 백신을 맞겠나. 항소취하가 맞다”고 일갈했다.

특히 그는 “최근 2년간 국정감사마다 피해자들이 와서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종합 1번 공약이 백신피해 국가책임제인 만큼 정부는 이를 감안해 항소를 취하해야 하고,  국회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김영주 의원,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도 질병청의 항소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항소 취하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1심에서 피해자가 승소한 사건을 2심까지 해서 피해자에겐 또다시 고통의 시간을 안겨주고 패소하면 정부가 지불해야 할 비용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지난해 국감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제도개선만을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정부의 지시나 유도, 권유로 인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면 정부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560여건의 유사 피해보상 신청이 있기 때문에 항소한다는 논리라면, 국민은 앞으로 어떤 유행병이 오든지 정부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법원 판결을 인정해야 하고, 항소해서는 안 되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조규홍 장관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소송마다 성격이 다른 만큼 일괄적으로 항소 취하를 하라고 시정요구를 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송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항소 취하 검토를 포함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해 복지위에 보고하는 방안은 어떨까 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법조인 출신인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사실심이기 때문에 2심 판결을 받겠다는 것은 이 문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며 “지금 질병청이 해야 할 일은 1심에서 주장한 입증책임의 전환이라든지, 이 문제에 대한 법리를 정책에 반영해서 기준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인과성이 없어서 입증되지 않는다면, 백신 개발과정이나 접종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보상하면 된다”면서 "백신 개발과정이나 접종과정을 충분히 반영한 전향적인 기준을 가지고 피해자들을 위해 항소 여부를 판단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조언했다.

지 청장은 복지위 위원들에게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 사례 등에 대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의학한림원을 통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과성 인정 질환과 관련성 의심 질환군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질병청은 지난해에도 백신 접종 사망 건에 대해 유가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당시에도 항소를 제기했지만 국정감사에서 항소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질타를 받으며 항소를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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