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대체할 중증천식 생물학적 제제, ‘비급여’에 한숨
“스테로이드 장기복용하면 합병증‧사망 위험 높아…新치료법 보급 절실”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6-26 06:00   수정 2023.06.26 06:01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23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 주최로 열린 ‘중증천식 진료현황과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 참가자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약업신문

“천식 하나 낫는 대가로 몸 여러 군데가 망가졌다”

치료 효과가 높은 생물학적 제제를 급여화해 중증천식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현재는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복용하는 경구 스테로이드 치료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국민의 힘 이종성 의실 주최로 열린 ‘중증천식 진료현황과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중증천식 환자가 쓸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 중 현재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약제는 ‘오말리주맙’이 유일하지만 급여화까지 13년이 걸렸다”며 “아직 급여화 문턱을 넘지 못한 생물학적 제제들의 급여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오말리주맙은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으나 보험급여는 2020년 7월부터 중증천식인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에게 적용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준이 까다로워 급여 적용을 받는 환자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70~80%에게는 적합하지 않아 새로운 약의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인 GSK ‘누칼라’(메폴리주맙), 한독테바 ‘싱케어’(레슬리주맙),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파센라’(벤라리주맙), 사노피 ‘아벤티스코리아 듀피젠트’(두필루맙)는 각각 2016년, 2017년, 2019년, 2020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도 급여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들 약제를 환자들에게 쓰면 천식 악화가 절반으로 줄어 환자들의 폐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임상에서 확인되고 있다.

김 교수는 “실제로 이들 생약제를 쓴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50%밖에 되지 않던 폐기능이 60~70%로 개선됐다”면서 “스테로이드 용량을 낮추거나 처방을 끊을 수 있어 환자 삶의 질이 현저하게 개선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환자 중 천식 생물학적 제제를 쓰는 환자는 1.8%에 불과한 반면, 외국의 경우 미국은 16.2%, 영국은 67.3%에 이른다.  

현재   류마티스관절염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항TNF제제 5개 약제와 co-stimulation 억제제, IL-6 수용체 억제제, 항CD20제제 등 총 8개 약제가 보험 급여 혜택을 받고 있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중증천식은 심해질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는 질환인데다, 식약처 허가도 류마티스관절염보다 먼저 받았음에도 아직까지 급여적용이 확대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생물학적 제제를 쓰지 못하면 결국 환자한테 줄 수 있는 약은 먹는 스테로이드밖에 없다. 김 교수는 "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복용하면 사망률과 중증 악화, 면역결핍‧혈관질환 등 부작용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급여화와 함께 중증질환 산정특례 제도를 중증천식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정특례제도는 진료비 본인부담이 높은 암 등 중증질환자와 희귀질환자, 중증난치질환자에 대해 본인 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제도다.

그는 “사망 위험과 경제적 부담에 노출된 환자를 위해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며 “중증천식 환자들도 산정특례제도에 적합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 교수는 천식 치료에 주로 쓰이는 경구 스테로이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송 교수는 “천식환자 가운데 약 5~10%를 차지하는 중증천식 환자는 고강도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고강도 치료에도 천식이 잘 조절되지 않아 폐기능이 저하되거나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 스테로이드를 연간 3~4회 처방하는 것만으로도 부작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교수는 이 같은 부작용에도 환자는 중증천식과 스테로이드의 장기적 위험을 잘 알지 못하는데다, 약물 부작용이 당장 드러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중증천식 환자의 38%가 불안, 25%가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데다, 이로 인해 천식 발생이 증가하고, 천식으로 불안‧우울 증상이 증가하는 반복적인 악순환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중증천식은 단순히 천식 증상만 심한 것이 아니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증 전신 질환”이라며 “천식 악화 조절을 위해 불가피하게 경구 스테로이드의 처방과 복용을 반복할 경우 심한 약물 합병증에 시달리게 되므로 새로운 치료법 보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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