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플랫폼 기법을 활용해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개발 시간을 앞당겨 새로운 병원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2의 CEPI(감염병혁신연합)를 만들어 신종 감염병 팬데믹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샤론 르윈 피터도허티연구소장은 지난 26일 열린 ‘세계바이오서밋 2022’의 ‘포스트코로나 대비를 위한 백신‧치료제 R&D 투자 전략’ 세션에서 팬데믹 기간의 항바이러스제 역할을 집중 조명했다.
르윈 소장은 “항바이러스제는 감염과 입원이 필요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통해서도 질환과 입원을 예방할 수 있지만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화이자의 mRNA 백신과 항바이러스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의 개발시간을 비교한 타임라인을 제시하며 팍스로비드 개발시간이 훨씬 더 오래걸렸다고 전했다.
그는 “항바이러스제를 팬데믹 기간 2년이 아닌 6개월만에 개발했을 때는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분석한 결과, 40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미래에는 훨씬 더 빠른 시간 안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SARS-CoV-2에 대한 제제를 개발하는 것에 많은 당면과제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의 경우 발병 기전이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변종이 있는 탓에 항바이러스제가 빠르게 투약돼야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 또한 현재 항바이러스제 개발 기술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되며 백신보다 투자 규모가 훨씬 적은 어려움이 있다고도 털어놨다. 지난 10월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새로운 백신 기술에는 약 1,370억 달러가 투자된 반면 항바이러스 제제에는 70억 달러가 투자된 것에 그쳤다.
이에 따라 그는 분자 플랫폼 접근법을 통해 개발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윈 소장은 “항바이러스제 개발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분자 플랫폼 접근법을 채택해 개발을 가속화시켜야 한다”며 “이를 통해 훨씬 더 새로운 병원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백신에는 이미 적용되고 있는 개발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개발방식은 모든 분자가 독특하기 때문에 전임상 과정부터 임상 3상에 이르기까지 보통 2년에서 5년이 걸린다. 하지만 분자 플랫폼 기반의 접근을 할 경우 새로운 병원군에 빠르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 실제로 항체 제제의 경우 이런 방식을 통해 2020년에 전체 바이러스 군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항체가 발견됐다.
르윈 소장은 “이 항체 제제의 경우 상당히 비싸고 제조도 어려운데다 접종도 쉽지 않다”며 “비용 부분에서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잠정적으로 많은 병원균으로 인한 팬데믹에서도 항바이러스 제제와 관련한 개선이 필요하다. 에볼라 바이러스나 그 이외의 부분에서 치료제가 있는데, 이를 생산하고 전달‧배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또 크리스퍼 카스 기술을 예시로 유전자적인 코드나 RNA를 바이러스 상에서 직접 공격하게 되면 훨씬 더 빠르게 적용이 가능하다며, 멜버른의 연구자들과 연구기관이 이에 대해 개척하고 있다고 전했다.
샤론 르윈 소장은 “이러한 치료제들이 호흡기 병원군에 대해 숨으로 빨아들이면서 바로 약물을 전달하는 것을 실행할 수만 있다면 굉장히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래에는 이런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5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항바이러스제 신물질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빌게이트 파운데이션, 노보노디스크도 팬데믹에 대응한 항바이러스제 발견에 기여하겠다면서 첫 번째 기부금액으로 9,000만 달러를 선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르윈 소장은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위한 정부 참여가 필요하고 업계 동참과 자선사업가들의 기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재단장 역시 백신보다 개발이 어려운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위해 제2의 CEPI을 만들어 신종 감염병 팬데믹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묵 단장은 “그동안 인류는 WHO, CEPI, 코백스 등 국제적 협력을 통해 백신 개발을 잘 해왔지만, 항바이러스제 분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며 “제2의 CEPI를 만들어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CEPI는 설립 목적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도 개발해왔지만 이틀 전 CEPI 대표와 얘기를 나눠보니 역량을 확대할 준비는 아직 안 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바이오서밋을 계기로 제2의 CEPI 탄생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