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별 과징금 부과 내역(잠정, 단위: 백만원).
항암제를 둘러싼 국내 독점유통권을 위한 담합행위가 포착돼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는 복제약사인 알보젠과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3개 항암제에 대한 국내 독점유통권을 받는 대가로, 그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6억5,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개발 중이던 복제약 등에 대한 생산·출시를 금지하는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으로,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전립선암, 유방암 등 항암제 관련 의약품 시장에서의 담합을 시정함으로써 소비자의 약가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의약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급여의약품의 경우 복제약이 최초로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가는 기존 약가의 70%, 복제약가는 기존 오리지널 약가의 59.5%로 책정되며, 세 번째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과 복제약가는 기존 약가의 53.55%로 책정되는 등 복제약의 출시는 오리지널 약가 인하로 연결된다. 복제약 출시가 오리지널 제약사에게 큰 경쟁압력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알보젠의 복제약 출시를 가장 중요한 사업상 위험으로 인식했으며, 복제약 출시를 금지하는 담합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알보젠도 자체적으로 복제약을 개발해 출시하는 것보다 경쟁을 하지 않는 대신 그 대가를 제공받도록 아스트라제네카와 담합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경위를 살펴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졸라덱스 등 3개 의약품에 대한 판촉·유통의 외주화를 추진하던 2016년 5월, 알보젠이 국내에서 2014년부터 졸라덱스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됐다.
알보젠은 당시 10여개 유럽 국가에서 졸라덱스 복제약을 출시를 발표한 상황으로, 이는 아스트라제네카에 상당한 위협으로 인식됐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사건 계약을 대가로 알보젠의 복제약 생산·출시를 저지하고자 했으며, 알보젠도 복제약 생산·출시 금지를 전제로 아스트라제네카와 협상했다는 것이다.
양측은 협상과정을 거쳐 2016년 9월말 알보젠 복제약의 생산·출시를 금지하는 대신 오리지널의 독점유통권을 알보젠에 부여하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었던 잠재적 경쟁자인 알보젠의 시장진입을 제한한 경쟁제한적 합의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담합으로 복제약 출시가 금지됨으로써 약가가 인하될 가능성이 차단됐고, 복제약 출시 금지는 복제약 연구·개발 유인도 감소시켜 제약시장 혁신도 저해했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 약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복제약 선택 가능성을 박탈하는 등 소비자 후생도 저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5개사 모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6억4,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합의도 경쟁제한적 합의로서 위법함을 분명히 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생활에 직접적 폐해를 가져오는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고, 법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