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자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우리나라 강점인 ICT를 활용한 디지털치료제 발전전략을 고민하라는 주문도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정감사에서 “한국바이오와 보건의료산업의 위상, 전망, 기대, 안팎의 평가가 코로나19 이후 달라졌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바이오 부문의 대대적인 투자를 천명한 데 이어, 글로벌 바이오인력양성 허브가 올해 시작됐는데, 전세계 중저소득국에서 한국으로 와서 바이오‧백신과 관련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전에는 이런 일을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한국 위상의 변화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김영옥 보건산업진흥원장 직무대리에게 “한국 바이오의 위상이 변하는 상황에서 진흥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진흥원은 국가 연구개발 사업 전체를 놓고 볼 때 예산 규모가 7,786억원으로 큰 편이 아니다. 제약‧의료기기 분야의 최대 연구개발사업들은 범부처 사업 형태가 대부분이다. 진흥원이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큰 힘을 가지고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업별 지원 규모가 평균 60억원이 안되는 만큼, ‘선택과 집중’으로 연구개발 사업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분야 R&D는 다부처 중복투자와 관리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부터는 복지부 내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R&D 사업을 진흥원이 통합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에는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복지부 산하의 신규 연구개발사업이 22개 신설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ARPA-H를 언급하면서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논의가 활발했는데, 한국형 ARPA-H 논의에 대해 단순 베끼기가 아닌 한국형 보건의료연구개발체제의 약점을 돌파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바이오분야, 특히 제약‧의료기술 분야가 넥스트 반도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윤석열 정부에 저작권이 있는 생각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나 그 이전으로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정책연구, 연구개발 기획 및 관리, 산업진흥 등을 모두 할 수 있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자와 기업 입장에서 업무를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3세대 치료약이라 불리는 DTx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ICT 강점을 살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디지털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42억 달러로, 한화로는 5조원 시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30년까지 26.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30조원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우리 정부는 할 일이 많다. 정부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29일 진흥원이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했던 DTx포럼을 언급하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의 디지털 신기술이 바이오산업과 결합해 의료시장을 선점해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이후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은 DTx는 20여개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 FDA 등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김영옥 보건산업진흥원장 직무대리는 “미국을 제외하면 아직 디지털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가 없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쓰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며 “DTx가 새로운 분야다보니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기업에게 제공하고, 해외진출 시 여러 가지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R&D부터 제품화, 해외진출 등을 위한 전주기적 지원을 위해 단계적으로 세분화해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복지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제약바이오산업이 걱정된다. 20년전 해외수출 방식을 활용하는 느낌”이라며 신약개발 전임상단계에서 스타트업들이 무너지는 ‘데스밸리’를 언급했다.
강 의원은 “신약개발은 평균 13년이 걸리는데 1상 통과는 5%, 2상 통과 12%, 3상 통과는 54% 수준”이라며 “2020~2022년 상반기 벤처투자실적을 살펴보면 다른 분야는 다 늘거나 유지된 반면 바이오 분야만 17% 감액됐다. 투자를 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상 비용이 1년에 165억원, 2상이 2년에 250억원, 3상이 3년에 1,000억원 정도로 소요되다보니 투자는 점점 안하려고 한다. 또 지난해 벤처투자유치기업을 보면 1~10위 중 생명바이오분야는 단 1곳에 불과했다. 데스밸리 단계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진흥원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흥원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익혀야 한다. 공동개발, 공동임상을 추진하는 샘플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미생명과학인협회와의 연대를 위해서도 활발히 나서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