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가 생산한 전문의약품이 보건당국의 관리망을 벗어나 시중에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판매자, 구매자 구분 없이 단속·처벌하는 등 강력한 법안 제시와 함께 이에 대한 식약처의 심각성 인지 및 태도 변화 촉구가 제기됐다.
국민의힘 서정숙 국회의원은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잘못된 전문의약품 관리체계에 관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서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헬스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불법 약물판매자와 연락할 수 있는 메신저 아이디가 버젓이 올라와 있으며, 이를 통해 주사제 등을 의사처방 없이 불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
실제로 서정숙 의원실은 이번 식약처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이러한 불법 유통망을 통해 에페드린염산염을 비롯한 전문의약품에 해당하는 약물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직접 확인했다.
일명 ‘로이더’라고 불리는 약물사용자들이 지방 분해를 위해 사용하는 ‘에페드린’은 교감신경 흥분제로 일선 병원에서도 ‘고주의 약물’로 분류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전문의약품으로, 일반인이 함부로 투약했을 경우 부정맥, 환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약물이다.
이렇듯 국내제약사가 생산한 전문의약품이 정식 유통망을 벗어나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반면, 식약처의 대응은 미미한 상황이다.
서정숙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최근 3년간 전문의약품 관련 약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한 실적은 연평균 30건에 불과하고 구속영장 청구는 연간 5건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밀수 무허가 스테로이드 주사제 수입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유통용 바코드가 없는 외국산 스테로이드 주사제가 밀수되어 온라인 상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현황이 확인된 것.
의원실에서 확인한 밀수 스테로이드 주사제는 인도의 제네릭 생산회사인 ‘쉬리 벤카테쉬’가 생산하는 것으로, 현재 온라인 상에서 앰플 5개들이 한 통에 3만 5천원 정도에 불법유통 되고 있다.
심평원이 제공하는 건강정보 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국내 유통망에 등록된 적이 없는 의약품, 즉 밀수 의약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해 인터넷 사이트 모니터링을 통해 스테로이드 불법 유통사이트 총 5,477건을 차단한 반면, 식약처 특사경의 지난해 불법 스테로이드 단속 실적은 2건으로 그나마도 내부자 제보에 의한 수사였으며, 올해는 단 한 건의 실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은 "스테로이드 불법 유통사이트를 차단만 하는 것은 불법판매자의 뒤를 쫓아가기에만 급급한 것”이라며 “수사·단속을 통해 판매자를 검거하고 유통망 자체를 끊어내야 하는데, 내부자 제보 없이는 아예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 식약처 특사경의 역량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질타했다.
이어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해서는 사용자와 소지자를 검거해 판매자 및 상위 판매망까지 일망타진하는 마약수사 방식처럼, 구매자도 함께 단속·처벌할 필요가 있는데, 식약처는 이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밀수, 불법유통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공급이 되는 것이다. 의사 처방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할 시 국민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들의 불법 유통에 대해서는 구매자 처벌 조항을 마련해 수요 자체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의원실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지만 식약처 또한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며 식약처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