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브랜드명에 X·Z가 선호되는 이유...
강력한 효능·혁신성·첨단기술 등 시사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12-30 19:36   수정 2003.12.30 21:53
흔히 제약기업들은 새로 개발되어 나온 의약품의 이름을 지을 때 영문자 'X'와 'Z'를 유난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넥시움'(Nexium), '클라리넥스'(Clarinex), '쎄레브렉스'(Celebrex), '자낙스'(Xanax), '자이반'(Zyban), '지스로맥스'(Zithromax) 등이 실례로 꼽아볼 수 있는 이름들.

그러면 이처럼 특정한 문자들이 의약품들의 이름에 즐겨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캘리포니아州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브랜드 네이밍 컴퍼니 이고르社(Igor)의 스티브 매닝 회장은 "몇몇 문자들의 경우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인쇄되었을 때 글자체가 보기 좋을 뿐 아니라 혁신성을 시사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선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X가 'X 파일'(The X Files)이나 '매트릭스'(Matrix) 등의 영화제목이나 제록스(Xerox)와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Microsoft X-box) 등 첨단기술에 사용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사실 의약품은 이름짓기가 가장 어려운 분야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경영자들은 수 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원하기 마련이다. 또 환자들은 브랜드명에서 제품의 효능에 대한 힌트를 얻기를 원한다.

반면 FDA는 의학적 효능 등을 암시하는 브랜드명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제품과 너무 비슷하게 들리는 제품명의 경우도 FDA는 약사들에게 혼동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환자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유로 승인하지 않는 경향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로리다州 마이애미에 있는 작명업체 브랜드 인스티튜트社의 제임스 L. 디토르 회장은 "음성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X, Z, C, D 등의 문자들이 사용된 약물들은 의사와 환자들에게 강력한 효능을 발휘하는 제품이라는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리피토'(Lipitor)와 '클라리넥스'(Clarinex), '사라펨'(Sarafem), '알레그라'(Allegra) 등의 브랜드명을 작명했던 그의 회사는 최근 7년 동안 발매되었던 8,400여 의약품들의 이름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15개의 의약품들을 대상으로 40여개국의 자료를 뒤져 이미 발매된 제품과 비슷한 이름은 아닌지, 또 다른나라 말로 저속하거나 그릇된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분석하는 작업도 병행했었다.

디토르 회장에 따르면 항우울제 '푸로작'(Prozac)과 동일한 약물이면서 중증의 폐경기 후 증후군을 적응증으로 하는 '사라펨'은 세라핌(seraphim) 천사와 여성적(feminine)이라는 말의 접두어 'fem'을 합성해 나온 이름이다.

또 '리피토'(Lipitor)는 지질 조절제(lipid regulator)와 제네릭 네임인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의 '~tor'을 조합시켜 개발된 이름이다. 접미사 '~or'은 심혈관계 치료제들에 즐겨 따라붙는 접미사.

'레비트라'(Levitra)의 경우 '올리다, 거양(擧揚)하다' 등의 뜻을 지닌 'elevate'에서 따온 이름이자 프랑스에서 'Le'와 'vitra'가 각각 남성과 활력을 의미하는 데서 비롯된 표현이기도 하다.

'비아그라'(Viagra)의 경우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의 강력한 물줄기를 연상시키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토르 회장은 "의사들로 구성된 패널에 다양한 의약품들의 이름을 휘갈겨 쓰도록 한 뒤 이를 약사로 구성된 패널에 전화로 고지하는 방식의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혼동사례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한편 FDA는 발매신청이 접수된 새로운 의약품들의 경우 3분의 1 정도는 다른 제품들과 브랜드명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이름을 바꾸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FDA가 지난 1989년부터 2000년까지 허가했던 총 1,035개 의약품들 가운데 700개는 이른바 '미투드럭'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름과 관련해서도 제네릭 네임과 유사하게 지어진 케이스가 같은 정도의 비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예로 '푸로작'(Prozac)과 '팍실'(Paxil)은 각각 제네릭 네임인 플루옥세틴(fluoxetine)과 파록세틴(paroxetine)에서 따온 표현이다.

현재 FDA는 접미사에 '~oxetine'이 붙은 브랜드명의 경우 제네릭 네임과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유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세인트 조셉大에서 의약품 마케팅학을 강의하고 있는 빌 트롬베타 교수는 "발모제 '로게인'(Rogaine)은 원래 '리게인'(Regain)으로 허가가 신청되었던 약물이지만, FDA가 이를 허용하지 않았던 케이스"라고 말했다.

트롬베타 교수는 "오늘날 제약기업들은 한 의약품의 이름을 짓거나, 겉포장의 디자인을 개발하는데만 50만 달러 정도를 주저없이 지출하고 있다"며 "이미 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 엄청난 비용을 투자했던 제약기업들에게 이름짓기를 위해 또 다시 많은 비용을 지출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설령 제약기업측이 특정한 의약품에 적합한 브랜드명을 등록시켰더라도 상당수 제품들의 이름이 'Z'나 'X'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제약기업들은 세균배양용 페트리 접시 단계에서부터 제품명을 생각해 두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의 제네릭 메이커 시플라社(Cipla)의 유수프 K. 하미드 회장은 비교적 규제가 덜한 환경에서 제약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관계로 평소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편이다.

시플라는 인도에서 '비아그라'의 카피제품을 '실라그라'(Silagra)라는 이름으로 발매하고 있다. 물론 제네릭 네임인 실데나필(sildenafil)에서 따온 이름.

이 회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초 '시알리스'의 카피제품에 '렉시스'(Lexis) 또는 '엘렉시스'(Elexis)라는 이름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미드 회장은 "유럽에서 '시알리스'가 이른바 '위켄드 드럭'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Y-End'라는 브랜드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주말이라 여유가 많은데 왜(why) 벌써 끝이냐(end)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

그는 또 "중남미 시장에서는 'revive'와 최초의 여인 이브(Eve)를 연상시키는 '에비바'(Eviva)라는 이름으로 '시알리스'의 카피제형을 발매하고 있다"며 "원래는 타잔(Tarzan)이 떠올려지는 '타지아'(Tarzia)라는 브랜드명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동지역에서는 한층 미묘한 이름을 사용할 것이라며 '이렉토'(Erecto)라는 이름을 공개했다.

상당히 직설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브랜드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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