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의원·약국 담합 - "쪽방약국 찾다 쪽박찬다"
시설기준 강화·리베이트 척결·자율지도권 부활 필요
임세호 기자 woods3037@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8-01-02 13:58   수정 2008.01.04 09:07

2000년 7월부터 전면 시행된 의약분업이 낳은 여러 폐단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병의원 약국간의 담합일 것이다. 병의원 약국 간의 담합은 지난 7년 동안 기형적 약국 양산, 과당경쟁, 약사 도덕성 훼손, 약사사회의 분열 등 수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의료기관과 약국담합행위는 의ㆍ약사들의 이중점검 체계 확립을 통한 의약품 오ㆍ남용 제한을 저해시키고 있어 그 문제점과 심각성이 사회적으로도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담합 최대 피해자는 '국민'

서초구 한 개국약사는 “의약분업 이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현상이 쪽 약국, 스카이 약국 등 기형적인 약국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것”이라며 “이들 약국을 꼭 담합약국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1층에 위치한 약국보다는 처방전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담합의 우려가 농후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약분업의 취지가 의약사의 처방 협력 검토를 통한 환자의 치료와 안전성 확보 극대화인데 1층 약국에 비해 병원 바로 앞에 있는 2층, 3층 약국들이 제대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겠냐” 며 “층 약국은 결국 경영상 병원에 종속, 병원의 하청업자 역할 밖에는 하지 못하는 국민보건건강을 좀 먹는 퇴출 1호 약사만을 낳는 집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의료기관과 약국 간의 담합의 피해는 약국과 약사는 물론 의료서비스를 충실히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환자들도 함께 떠안는 다는 것. 

이 약사는 “약국도 약사도 물론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 경영을 해야 하지만 약사이기에 학문적 지식과 경영적 마인드를 함께 가져가야지 결코 경영 특성 논리만을 앞세워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층 약국 개설현황만 살펴보면 서울, 경기 각 237곳, 113곳을 비롯해 총 423곳에 달하는 등 층 약국 개설은 이제 더 이상 특이한 사항이 아닌 일반적 사항이 됐으며, 최근 2년간 담합행위가 적발돼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받은 건수도 총 32건이나 됐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은 △의원이 일정약국에서 조제 받도록 지시하거나 유도 △의약품 조제업무 지원 또는 관리 △처방전 없이 약국을 방문한 환자에게 임의 조제투약 후 조제내역이 기록된 용지와 의원 본인부담금을 의원에게 보내 추후 의원에서 처방전을 작성, 직원이 약국으로 송부 △방문환자의 처방전을 의원직원이 약국으로 일괄 송부 후 조제해 의원으로 가져가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자행되고 있다.

층 약국이 많이 개설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강남구 한 약사는 “강남, 서초를 비롯한 서울지역, 특히 땅값이 비싼 신도시 지역들 같은 경우는 이미 약국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며 “층 약국, 쪽방약국은 약국 간의 과다 경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층 약국, 쪽 약국이 일반화 된 상황이 됐다고는 하지만 이는 결코 누구를 위해서도 득이 안 되는 악행” 이라며 “담합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약국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약사 스스로가 장사꾼이 아닌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국시설 기준 강화...담합 근원 차단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약사 사회에 만연한 독버섯 같은 존재인 담합을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서초구 한 약사는 “제도적으로 봤을 때 가장 강력한 차단 장치는 약국 시설 강화”라며 “의약품 보존과 관리 차원에서 약국 시설 강화를 주장한다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국시설 강화와 함께 강력하게 추진돼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사항이 관행화된 ‘리베이트 척결’” 이라며 “제약회사, 도매, 병원, 약국으로 이어지는 리베이트 근절 없이는 결코 뿌리 깊이 박힌 담합행위를 베어버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병의원과 약국 간 담합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약국시설 기준 강화 △약사지도권 부활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감독 강화 등으로 담합을 강력히 차단코자 계획하고 있다.

먼저 ‘약국 시설 기준 강화’는 지난 2001년 폐지된 바닥면적 기준 (15㎡)을 부활시켜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모든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이라는 약국의 기본적 역할이 아닌 특정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조제환자만을 위해 운영,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약국에 대한 개설자체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다음으로 ‘약사자율지도권 부활’ 은 약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지난 98년 규제개혁 차원에서 폐지된 약사감시자율지도를 약사회가 위임, 지속성과 전문성을 한층 강화시켜 약국 내 자행되는 불법요인 들을 발본색원 하겠다는 것.

마지막으로 약사회는 위장직영, 병의원과의 담합행위 등의 불법행위를 행하는 약국에 대해 정기적으로 약사감시를 실시, 약국 의 신뢰도를 높이고 약사의 도덕성을 회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담합 권하는 사회에서 기반이 약한 약사들이 어떻게 담합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 날 수 있겠어요. 분명 어려울 것입니다. 허나 우리 약사들은 장사꾼도 흔히 말하는 약싸개도 아닌 약의 최고 권위자이자 최 일선에서 국민을 접하는 자랑스러운 보건의료인 아닙니까”

이 약사의 말처럼 약국과 약사는 단순한 상업공간과 상업인이 아니다. 분명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인이다. 허나 약사는 보건의료인이기 전에 경영인이기도 하기에 그들의 적법한 경영 논리는 최대한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후대에 약사라는 직능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남게 될지는 결국 지금 시대 약사들의 몫이다. 오늘 약사가운을 입은 모든 이들은 자랑스러운 약사로서 누구에게나 떳떳할 수 있는지 자신을 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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