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일반약판매부진 - 목마른 약사여 우물을 파라

전문성·자신감·끈기·서비스 마인드 키워야

약사는 직능 정체성의 확립과 국민건강증진이라는 큰 틀의 목표를 위해 정부와 함께 의약분업 실현에 기여했지만, 의료계와의 불협화음으로 대안 없는 전문성 상실과 경영악화라는 십자가를 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일반의약품의 판매 활성화가 목마른 약국의 단비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급감한 일반약 시장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왜곡된 분업이 일반약 고사시켜

일단 환자들이 아프면 무조건 병의원으로 가는 것으로 자리 잡힌 의식이 문제였다. 또 분업당시 전문약과 일반약의 분류작업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이뤄져 과도한 전문약 편중 현상이 발생, 약국에서 취급할 수 있는 품목자체에 한계가 너무 컸다.

제약사도 분업 후 소비자들의 성향에 휩쓸려 병의원을 상대로 영업하기 쉬운 ETC에만 매달리고 있다. 철저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OTC의 판매 부진은 당연한 결론이다.

분업 후 처방조제에 치중해 온 약국들도 일반약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없다. 환자들도 병원서 기다리다 지쳐서 약국에서는 번개처럼 조제해서 나가려 한다.

약사들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도 시대적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구나 의약분업 이후 진출한 젊은 약사들, 특히 근무약사들의 경우 환자 상담이나 임상적인 부분에 있어 노하우가 부족한 상태에서 잘 알려고 하지도 않고 심지어 회피한다는 선배약사들의 지적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제약․소비자 환경 호전 기대

하지만 최근 공급자와 소비자, 그리고 제도적 여건은 호전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대놓고 셀프메디케이션 확대를 주창할 수는 없지만 건보재정 절감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반약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제약기업의 변화도 예측되고 있다. DOP 홍성광 약사는 “기업 브랜드가치 강화나 국내에서의 지속적인 성장,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OTC에 역량을 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들도 선진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지식 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촉발된 정보공개 확대가 의약분야에서도 점차 전문가 의존성을 떨어뜨림으로써 서서히 셀프메디케이션 마인드가 확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약 의약품재분류․소포장 확대 노력

대한약사회는 그 동안 일반약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활성화 가이드북 제작 배포 등 사업을 추진해 왔다. 또한 일반약품목 확대를 위한 의약품 재분류에 힘써 왔으며, 새 정부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또한 전문약 분야에서 실현된 소포장 의무화 제도를 일반약 분야로 확대시키기 위해 과도한 포장단위 제품에 대한 실태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의지와 자신감․끈기를 갖춰라

하지만 정부와 기업, 대한약사회가 아무리 바뀌고 여건을 마련해도 직접 국민과 접촉하는 약국, 약사가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OTC 활성화는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약준모 김성진 회장은 “우선 경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그리고 직능의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일반약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자신의 역량,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될 때까지 도전하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보다 고객 중심적인 마인드로 국민에게 득이 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결국 약국의 성공을 견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각화․전문화로 유통채널 장악해야

인터넷이나 대형할인매장과 같은 타 유통채널들은 강력한 셀링파워를 바탕으로 제조업을 좌지우지하고 PB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즉 소비자로 통하는 유통채널의 장악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약국도 그만큼 일반약을 포함한 OTC 품목에서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지금보다 대형화, 혹은 전문화에 주력하고 고객 중심 서비스 강화에 힘써야 한다.

자신이 가진 핵심역량이나 스타일을 정확히 분석하고 강점을 살린 다각화와 전문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