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처방전 오인 年 7,000명 사망
휘갈겨 쓴 필체 오투약 원인제공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1-01-09 12:37   
최근들어 미국에서는 기초 필법과정(basic penmanship)에 등록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메디컬 스쿨을 마쳤고, 인턴쉽과 레지던트 과정까지 이수한 고학력자인 그들이 말이다.

LA 소재 시다스-시나이병원에서 진료부장으로 재직중인 폴 해크마이어 박사는 "오래전부터 의사들 사이에는 휘갈겨 쓴 처방전 필체(sloppy and lousy handwriting)와 관련한 농담까지 나돌고 있지만, 이는 자칫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한 결과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가 바로 의사들의 필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사들이 환자가 읽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러운 필체(scribble)로 작성한 처방전을 건네주는 일이 다반사이며, 이는 오투약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약사로 일하는 윌리암 처칠은 "이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州에 거주하는 라몬 바스케즈는 처방전 오인으로 인해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다. 5년 전 잘못 처방된 약을, 그것도 과량 복용한 뒤 심한 심장마비로 고통받았던 것.

의사는 그에게 '이소딜'(Isordil)이라는 심장병 치료제를 처방했으나, 약국에서는 이를 '플렌딜'(Plendil)이라는 항고혈압제로 오인해 잘못 투약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바스케즈의 가족은 소송을 제기했고, 보상금으로 45만달러를 받아낼 수 있었다.

美 과학아카데미 산하 의료연구소(IoM)에 따르면 매년 7,000여명의 미국인들이 처방전 오인으로 인해 사망하고, 이로 인해 770억달러의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미국의 의사들은 매년 30억건의 처방전을 작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사가 처방한 내역을 환자들이 쉽사리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보스톤 소재 브리검여성병원은 의사들에게 수기처방전을 작성하는 대신에 전산시스템을 활용, 처방내역을 입력토록 개선했다. 그리고 컴퓨터 이중점검 방식을 채택해 올바른 투약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 병원의 데이비드 베이츠 박사는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한 결과 중대한 투약착오가 55%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州 뉴포트 비치에서 활동중인 신경과 전문의 데일 디스테파노 박사는 'palm pilot electronic organizer'라는 이름의 기구를 사용해 처방내역을 기재하고 약국에 전송하는 방식을 활용해 성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필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종이처방전이 쓸모없는 유물로 전락할 날에 대비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의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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