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현실 안타까워요
임희재
감성균 기자 kam516@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12-13 15:06   수정 2004.12.17 10:01
'뉴욕에 있는 나비 한 마리가 날개짓을 하면 중국에서는 태풍이 일어난다'

전혀 뜻하지 않은 지극히 우연한 행동 또는 평범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놀라운 복잡성과 예측 불허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나비효과'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 말이다.

경기 부천시에서 아름 온누리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임희재 약사는 나비의 날개짓처럼 별반 색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다.

정작 본인 역시 "그저 약국에서 하고 있는 일을 밖에서 한번 더 할 뿐이다. 조금도 힘들지 않고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이런 평범한 임 약사가 하고 있는 일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무료봉사활동'.

임 약사는 지난 2000년부터 이 봉사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밥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은 아니에요. 약국에서 늘 하는 투약활동일 뿐입니다"

다음 카페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의료 봉사자 모임(cafe.daum.net/cafemedimedical)의 회원인 임 약사는 첫째, 셋째주는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한 서울 경동교회에서, 둘째, 넷째주는 부천근로자종합사회복지관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나간다고는 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아니기에 그다지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아요. 일요일 오전에 잠시 약국에 나왔다가 오후에 塑?하는 일일 뿐입니다"

이렇게 임 약사는 자신의 번거로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한다.

그러나 정작 안타까운 건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한번은 경북 포항에서 약을 지으러 오는 분도 계셨어요. 버스로만 왕복 10시간이 넘는 거리죠. 보험증이 없는 그들이 의료기관 이용에 얼마나 어려움을 느낄지 짐작이 가십니까"

더구나 최근에는 불법체류자 단속이 심해져 그나마 본인이 직접 오지도 못하고 주위 사람이 대신 오거나 그것 마저 못하면 그저 일반적인 약도 복용하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극한의 노동강도를 요하는 3D 직종에서 일하다 보니 피부병환자들도 부지기수고 근육통과 빈혈은 물론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장기투약을 요하는 만성질환자도 많습니다."

그래서 임 약사는 이들에 대한 우리들의 실천이 지극하다고 말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새삼 강조해 무엇하겠습니까. 실천이 중요하죠. 특히 이들에게 투약되는 의약품이 많이 부족합니다. 제약회사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도 좋고 약국에서 개봉되어 반품되는 약들을 제약협회 등이 수합해 지원해 주는 방법도 좋죠."

또한 직접 몸으로 뛰는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도 절실하다고 한다.

"부천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와 통역을 해주시는 봉사자분이 없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투약이 잘못된 적도 있었죠. 어찌됐든 봉사는 사람의 손이 가는 일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사랑을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임 약사와 줄곧 얘기를 나누던 중 본의 아니게 계속 시선이 떨어지는 곳이 있었다.

그의 다리였다. 임 약사는 어릴 적 소아마비로 인해 한 쪽 다리가 불편하다.

인터뷰 내내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임 약사의 봉사활동이 더욱 거룩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환한 미소로 복약지도를 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그리고 그같은 미소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그를 상상하며 곧 그 같은 생각이 또 다른 편견임을 자책했다.

여하튼 그의 평범한 날개짓이 보수적이라 일컬어지는 약사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나비효과'를 가져오기를 진정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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