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경기도가 7일 '말라리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임산부가 말라리아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영국에서 공개됐다.
임신으로 인해 수반되는 신체적 변화가 말라리아 원충을 매개하는 모기의 접근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말라리아 모기가 특히 많이 서식하는 아프리카 갬비아에서 연구를 수행해 왔던 영국 더햄大와 애버딘大 공동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를 '란세트'誌 최근호에 기고했다.
연구팀은 임산부와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모기장이 쳐진 오두막집 안에서 잠을 자도록 한 후 이튿날 아침 이 집 내부에서 모기들을 채집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임산부가 잠들었던 오두막집에서 평균치 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의 모기들이 채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임신 후기에 이르면 보다 많은 양의 산소를 필요로 하게 되므로 임산부들의 호흡량이 20% 이상 증가하게 되는데, 모기들은 호흡시 발산되는 물질들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을 대상을 찾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와함께 임신중인 여성은 체온이 다소 상승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높아진 체온을 식히고자 피부 쪽으로 향하는 혈류량이 증가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경우 땀의 형태로 피부 밖으로 배출되는 분비물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것.
연구팀은 또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수면 중 모기장이 드리워져 있어 안전한 침대를 떠나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임산부들에게 수반되는 행동양식도 위험에 노출될 확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임산부들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말라리아 전문가 스티브 린제이 박사는 "피부세균들이 화학적 신호를 방출시켜 모기들이 혈액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작용을 억제하는 항균비누에 대한 수요가 높아가고 있는 현실에 제약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년 전 세계적으로 3~5억명 가량이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있으며, 이중 약 100만명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