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이저 제약 CEO "누가누가 잘하나"
와이어스 에스너 '발군' BMS 돌란 '진퇴위기'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6-08-24 17:08   수정 2006.08.24 17:54
미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제약기업들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의 성적표에 최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간판제품들의 특허만료와 줄이은 소송 등으로 격랑 속에 휩싸여 난항 중인 CEO가 있는가 하면 발군의 성과로 순풍에 돛단 듯, 회사를 순항으로 이끌고 있는 리더들도 눈에 띄고 있기 때문.

현재 '가장 잘나가는 제약 CEO'로 뉴욕 월街에서 이름이 빈번히 거론되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와이어스社의 로버트 에스너 회장이 첫손가락 꼽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1월 1일 부임한 이래 와이어스의 주가(株價)가 8월 22일 현재까지 27.7%나 뛰어오른 것은 그 같은 평가를 뒷받침하는 단적인 근거라는 지적.

이와 관련, 애널리스트들은 에스너 회장의 부임시점이 와이어스株가 바닥을 친 직후였다는 사실에서 한 이유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그의 부임시기가 심장판막 이상 부작용 문제로 인해 지난 1997년 체중감소제 '리덕스'(덱스펜플루라민)과 '폰디민'(펜플루라민)이 리콜된 이후 위기에 빠졌던 회사가 원기를 회복하기 시작하던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었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다. 뉴욕에 있는 한 투자은행에 재직 중인 존 르크로이 애널리스트는 "강력한 프로덕트 파이프라인과 함께 특허만료가 임박한 제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점을 무기로 최근 와이어스는 업계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메이커 반열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쉐링푸라우社의 프레드 핫산 회장도 최소한 주가만 놓고 보면 잘나가는 CEO의 한사람으로 빠지지 않을 케이스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2003년 4월 20일 부임한 이래 주가가 15.1% 오른 것으로 나타난 것.

블록버스터 항알러지제 '클라리틴'(로라타딘)이 2002년 12월 특허만료되는 등 풍랑이 거세지던 시점에서 쉐링푸라우에 안착한 핫산 회장은 기업 환골탈태 전문가(turnaround specialist)로 당초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구원투수격 경영자이다. 아직은 낙관도 비관도 시기상조라는 평가 속에서도 최근 여섯 분기 동안 다섯 분기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등 성과가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화이자社의 제프리 B. 킨들러 회장은 지난달 28일에야 취임한 새내기여서 아직 지도력을 발휘할 시간을 갖지 못했던 입장. 다만 그가 부임한 이래 주가가 3.6% 상승해 새로운, 그리고 새로 온 CEO에 대한 기대감이 담긴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레이먼드 V. 길마틴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던 머크&컴퍼니社의 리차드 T. 클라크 회장도 지난해 5월 5일이 취임일이어서 아직은 밀월기간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성패를 재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진단.

그렇지만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의 회수조치로 머크株가 바닥까지 떨어진 시점에서 부임했기 때문인 듯, 그의 재임기간 동안 주가가 16.6% 반등한 것으로 나타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최근들어 가장 큰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경영자로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BMS)의 피터 R. 돌란 회장이 단연 빈도높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가 지난 2001년 5월 1일부로 부임한 이래 BMS의 주가(株價)가 58.1%나 뒷걸음질쳤을 정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돌란 회장은 블록버스터 항혈소판제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의 제네릭 제형 발매를 저지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 2001년 듀폰社(DuPont)의 제약사업부 인수, 2002년 임클론 시스템스社(ImClone Systems)의 항암제 '얼비툭스'(세툭시맙) 발매권 확보 등 돌란 회장이 띄웠던 승부수들도 대부분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BMS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D. 로빈슨 의장은 21일 내놓은 발표문을 통해 "회사의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turning around)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돌란 회장에게 전적인 신뢰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캐나다 아포텍스社(Apotex)로 하여금 '플라빅스'의 제네릭 제형을 발매할 수 없도록 법원에 청구한 '잠정적 금지명령'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돌란 회장이 진퇴위기(coup de grace)로 내몰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애널리스트는 "아포텍스의 '플라빅스' 제네릭 제형이 계속 발매될 경우 BMS는 배당금을 하향조정하고, 최악의 경우 회사 매각까지 검토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라이 릴리社를 이끌고 있는 시드니 타우렐 회장의 경우 지난 1999년 7월 1일 취임한 이래 주가가 18.2%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만 놓고 보면 또 한사람 '위기의 경영자'로 언급될만한 수치인 셈.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타우렐 회장에 대한 진정한 평가에 대해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릴리는 간판제품이었던 항우울제 '푸로작'(플루옥세틴)의 특허만료 등에 따른 후폭풍을 딛고 주력제품의 재구성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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