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제네릭 메이커 닥터 레디스 래보라토리스社(Dr. Reddy's)는 지난 2001년 한창 꿈에 부풀어 있었다.
비만환자들에게서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동시에 끌어내리는 작용을 발휘하는 당뇨병 치료용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올랐기 때문.
그러나 닥터 레디스측으로부터 이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센싱권을 확보했던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社는 2002년 7월 실험용 쥐들에게서 방광암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자 연구를 접고 말았다. 아울러 한해 2,000만 달러 남짓한 R&D 예산과 300여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불과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닥터 레디스에게 '신약개발의 꿈'은 이제 완전히 물을 건너간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 '신약개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닥터 레디스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페를레칸 파마社(Perlecan Pharma)에 4개 신약후보물질들에 대한 기술을 이전했다. 페를레칸 파마社는 인도 2위의 대출전문 금융업체인 ICICI 뱅크와 시티그룹의 번체캐피탈 사업부가 5,250만 달러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제약기업.
그 결과 닥터 레디스는 2/4분기 이익을 72%나 끌어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닥터 레디스는 현재 혈관 내부의 플라크 축적을 저해하는 또 다른 신약후보물질의 개발에 정성을 쏟고 있다.
인도 최대의 제네릭 메이커인 랜박시 래보라토리스社(Ranbaxy)도 지난 2002년 독일 슈바르쯔 AG社(Schwarz)와 한 전립선염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할 당시 회사가 한껏 들썩거렸다.
비록 슈바르쯔가 지난해 11월 임상 2상에서 개발중단을 선언했지만, 랜박시는 현재 말라리아 치료제에 대한 임상 2상을 활발히 진행하며 '메이드 인 인도 블록버스터 드럭'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뭄바이에 소재한 니콜라스 피라말社(Nicholas Piramal)의 경우 캐나다에서 개발 중인 항암제의 효능을 테스트 중이다.
지금까지 '제네릭 왕국' 정도로만 알려져 왔던 인도의 제약업계가 발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 제네릭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절박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케이스가 랜박시와 닥터 레디스이다. 사실 양사는 뭄바이 증권거래소에 상장(上場)되어 있는 30개 제약기업들 가운데 최근 2년 동안 주가동향이 가장 저조했던 장본인들이다. 이 기간 중 시가총액의 4분 1 이상이 빠져나갔을 정도.
그러나 지난달 랜박시와 닥터 레디스의 주가는 각각 7.5%와 10%가 뛰어올랐다. 놀라운 사실은 이 기간 중 양사가 또 다른 제네릭 제형을 내놓는다는 뉴스가 전무했다는 것이다.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인 셈이다.
인도 정부가 올들어 한층 강도높은 특허법을 제정하고 시행에 들어간 현실도 이 나라 제약기업들에게 자체개발력 배양의 필요성을 새삼 각인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허제도의 정비는 인도에 R&D 투자를 원하면서도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이 나라의 느슨한 지적재산권법 탓에 진출을 주저했던 분위기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현재 상황은 인도 제약기업들의 많지 않은 한해 R&D 예산 가운데서도 3분의 1 정도만이 신약개발에 투자되고 있다는 것이 골드만 삭스社의 추정이고 보면 '드림 컴 트루'(Dream come true)란 아직은 한갓 노랫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쓴소리에도 무게가 적잖이 실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닥터 레디스측은 "연구 분야의 생산성을 단지 투자된 돈에 비례해서 산출하려는 태도는 넌센스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골드만 삭스社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발매허가가 신청되었던 제네릭 제형 제품들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인도 제약기업들에 의해 제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오늘날 인도에서는 매년 화학 분야의 학위취득자 수가 미국보다 6배나 많은 1만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 제약산업의 저력을 짐작케 하는 통계수치들이다.
제네릭 비즈니스의 매력이 잦아들고 있는 위기상황이 인도 제약기업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