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뼈를 깎는 구조조정案 공개 임박
R&D 집중과 선택 전략·인력감원 등 골자 전망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5-11-18 17:29   수정 2005.11.21 16:23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난 5월 레이먼드 V. 길마틴 회장의 뒤를 이어 위기의 머크&컴퍼니號를 이끌어 갈 새로운 선장 자리에 올랐던 리차드 T. 클라크 회장이 다음달 15일 뉴욕에서 애널리스트 미팅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미팅에서 클라크 회장이 앞으로 머크를 회생시킬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현재 머크는 이날 공개할 플랜의 세부내용과 수위를 놓고 막바지 조율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날 공개될 플랜에는 전반적인 구조조정 내용과 영업직·마케팅직 및 연구직을 대상으로 한 인력감원 등 뼈를 깎는 비용절감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클라크 회장 자신도 지난 6월 있은 '투자자들과의 대화'에서 획기적인 사고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모종의 대안을 내놓을 계획임을 시사했다는 후문이다. 가령 잡화상식으로 온갖 치료제를 보유하는 대신 성공가능성이 유력한 분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클라크 회장이 언급했다는 것.

이와 관련, 최근 머크가 등장하는 화제는 온통 지난해 회수조치되었던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와 관련한 7,000여건의 소송들에 대한 내용으로 도배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 결과 가까운 시일 내에 간판급 품목들이 줄줄이 특허만료 직면을 앞두고 있는 현실마저 간과되고 있을 정도.

그러고 보면 머크는 내년 6월 간판품목인 콜레스테롤 저하제 '조코'(심바스타틴)가 특허만료에 이르고, 골다공증 치료제 '포사맥스'(알렌드로네이트)도 2008년 동병상련의 운명에 처하게 될 예정이다. 올해의 예상실적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앞으로 5년 동안에만 줄잡아 110억 달러 안팎의 매출을 올려주던 효자품목들이 앞다퉈(?) 특허만료에 직면케 되는 것.

반면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후속제품들의 전망은 그 같은 손실을 상쇄하기엔 아직 역부족으로 사료된다는 진단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다음달 중으로 FDA에 허가가 신청될 예정인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이나 차후 5년 이내에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로타바이러스 백신, 대상포진 백신 등 3개 제품들이라야 오는 2010년 매출총액이 18억 달러 남짓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은 단적인 사례.

게다가 머크는 한때 유망성이 엿보였지만 2003년 이후로 R&D 중간 또는 막바지 단계에서 개발을 접은 신약후보물질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입장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전문가들은 클라크 회장에 의해 공개될 플랜이 R&D 투자의 선택과 집중전략, 그리고 비용절감 및 인력감원 등을 핵심골자로 할 것이라 예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클라크 회장이 직접 언급했던 바와 같이 특허 보유건수가 적은 중추신경계·비만·수면장애 등을 겨냥한 치료제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접는 방안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그 같은 추측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머크로서는 출범 이후로 전례가 없는 조치들을 실행에 옮기게 되는 셈이다.

머크측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대외언급을 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실행에 옮겨지면 주주들에게는 전폭적으로 환영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매년 5% 안팎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해 왔을 만큼 제약업계에서 가장 후한 편에 속했던 전통을 지킬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 그 근거.

클라크 회장도 지난달 말 가졌던 한 컨퍼런스 콜에서 "현행 배당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클라크 회장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영업인력을 축소하면서 동시에 신제품 마케팅을 활성화하고, 연구개발 인력규모를 축소하면서 R&D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 자칫 회사를 헤어나오기 어려운 딜레마 속으로 유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부에서 지명도 높은 스타급 경영자가 영입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내무승진으로 CEO의 자리에 오른 공장장 출신의 실무형 리더 클라크 회장이 거센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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