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본 김에 제사지내기 식의 소송능사주의는 안돼!
지난해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가 회수조치된 이후로 줄소송 사태에 직면해 있는 머크&컴퍼니社가 상당히 의미있는 승소를 이끌어 냈다.
뉴저지州 법원이 아이다호州 거주자로 '바이옥스'를 복용한 후 경증의 심장마비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올해 60세의 우편배달부 프레데릭 마이크 흄스튼 씨에 대해 "원고에게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이 '바이옥스'를 복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며 3일 패소를 판결한 것.
9명의 판사들로 구성된 이 법원은 또 머크측이 '바이옥스'를 복용할 경우 수반될 수 있는 안전성 문제에 대해 의사들에게 충분히 고지한 만큼 마케팅 과정에서 일종의 미필적고의(未畢的故意)에 해당할만한 과오를 범하지 않았다는 해석을 내렸다. 다시 말해 머크측이 '바이옥스'의 심장마비·뇌졸중 위험성을 고의로 은폐했거나, 첨삭했거나, 왜곡하지 않았다는 것.
승소소식이 알려지자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머크의 주가는 모처럼 3.8%가 올라 29.48달러까지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이번 판결결과는 벌써부터 제약업계는 물론 증권街와 법조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켜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후 다른 관련소송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어 왔기 때문.
특히 '바이옥스' 소송과 관련해 두 번째로 나온 이날 판결결과는 머크측에 패소를 안겨줬던 지난 8월 텍사스州 법원의 첫 번째 판결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번 판결은 머크측이 '바이옥스'와 관련해 이끌어 낸 첫 승소사례로 기록될 수 있게 됐다.
로버트 언스트 씨(59세)의 미망인 손을 들어준 첫 번째 판결결과에 대해서도 머크측은 항소를 제기해 둔 상태이다.
뉴욕 소재 세인트 존스大 경영학부의 법학자 앤서니 사비노 교수는 "이번 판결만으로 차후 장기간에 걸쳐 전개될 '바이옥스' 관련소송의 추이를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견해를 내비쳤다. 도이치 방크 북미법인의 바바라 라이언 애널리스트도 머크측이 '바이옥스'와 관련해 진행할 소송戰을 마라톤에 비유하며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라일리에셋 증권社의 네드 라일리 회장은 "이번 판결이 제품라벨 표기내용의 일부 보완을 전제로 '바이옥스'가 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멋진 승리를 이끌어 낸 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머크측도 이날 발표문을 내놓고 환영의 뜻을 감추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의 케네스 C. 프레이저 부회장은 "우리는 이번 판결결과에 만족하고 있다"며 "앞으로 뒤이를 관련소송에서도 우리의 입장을 적극(vigorously)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판결은 '바이옥스'와 관련해 무려 6,500~7,000여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는 머크측에 숨통을 틔워주는 약발을 기대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 보면 머크측은 이번 판결이 나왔고, 자사의 본사가 소재한 뉴저지州에서만 2,700여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는 상황.
WBB 증권社의 스티브 브로작 애널리스트는 "이번 판결에서 머크측이 패소했다면 추가적인 소송제기를 부추기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뉴저지州 법원의 비키 하인츠 판사는 이번 소송과 관련, "원고(原告)의 과거 의료기록 20여년치를 검토한 결과 온갖 질병으로 점철되었던 그의 화려한(?) 병력(病歷)을 감안할 때 그의 나이 56세 때였던 지난 2001년 9월 18일 심장마비가 발생했던 것이 '바이옥스' 때문이었다고 재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과관계가 상당정도 명확해 보였던 언스트 씨의 사례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
이번 소송에서 머크측을 변론했던 휴즈 허바드&리드 로펌의 짐 피츠패트릭 변호사도 "흄스튼 씨는 설령 '바이옥스'를 복용하지 않았더라도 극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마비 발생이 예견되어 있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A.G. 에드워즈 증권社의 앨버트 라우치 애널리스트 역시 "이 소송의 원고는 '바이옥스'를 단기간 동안, 그것도 가끔씩 복용했던 환자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크측이 패소했다면 차후의 승소가능성은 더욱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흄스튼 씨는 과거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지병으로 발생한 무릎관절통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옥스'를 불과 2개월 남짓 복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측이 '바이옥스'를 18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 심장마비 발생률이 2배로 급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리콜 조치를 내렸던 것이 떠올려지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머크측은 '바이옥스'와 관련한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6억7,5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해 둔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