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서도 "백신 못믿겠다"
로타바이러스 회수後 불안감 확산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0-01-27 07:20   
최근 국내에서 백신 예방접종을 받은 영·유아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美 질병관리센터(CDC)는 "오늘날 미국 어린이들의 예방접종률은 80%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이 시장에서 회수조치된 이후로 이 백신이 허가를 얻어낸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소아과학회는 "매년 5만명에 달하는 어린이와 성인들이 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설사나 구토, 미열 등이 발생해 입원하며, 이 중 20~40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DA는 1998년 가을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허가했었다. 그러나 CDC는 로타바이러스를 접종받은 일부 어린이들에서 '장중적증'(intussusception)이라 부르는 일종의 腸 폐쇄증상 발병사례들이 보고됨에 따라 이듬해 7월 이 백신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제조社인 와이어스 에어스트는 발매 1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제품회수에 들어갔었다.

이에 대해 백신 안전성 분야의 권위자로 현재 워싱턴大 의대 소아과 담당교수인 로버트 로웰 데이비스 박사는 "매우 드물게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 허가 이전에 안전성에 대해 완전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현실적으로 비용부담이 가능한 적정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의대 소아병연구센터 데이비드 O. 매트슨 부소장은 "장중적증은 생후 1년 이내에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 10만명당 약 50명 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연구과정에서 이처럼 낮은 비율로 나타나는 위험한 부작용을 감지해(detect)내기 위해서는 5만명 이상의 시험참가자가 필요하며, 백신 개발사측은 시험참여자 1명당 2,000달러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막대한 부담이 수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어린이들에게 필수 접종토록(routine use) 권고된 후 나중에 회수조치된 백신은 로타바이러스가 최초"라고 덧붙였다.

이스트 리버티 가족건강관리센터에서 일하는 가정의 리챠드 짐머만 박사는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어 나오면 부모들부터 신제품 백신에 대해 보다 많은 지식을 쌓도록 힘써야 할 것이며, 의사를 찾아가 접종 찬반여부를 묻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도 제품회수가 결정되기 전에는 이제 6달밖에 안된 내 딸에게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접종시킬 계획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으로 상당수의 의사들은 아직도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재발매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장중적증에 효과를 보인 제품으로는 최초로 발매된 것이었기 때문. 매트슨 박사는 "현재 진행중에 있는 관련연구를 통해 보다 확실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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