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마스터피스] ⑨ 연우 ‘에어리스 펌프'
경제성·사용 편의성·친환경성 갖춘 패키징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19 06:00   수정 2026.05.19 06:01

화장품 패키징이 달라졌다.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패키징은 뷰티 산업의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부자재로 여겨졌던 패키징은 브랜드 철학과 제품의 가치를 보여주는 ‘전략 도구’로 진화했다. 사용 편의성과 디자인은 물론 친환경성까지 고려한 뷰티 패키징은 브랜드의 ‘얼굴’이 됐다.

패키징은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덩치도 쑥쑥 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패키징 시장은 2025년 약 575억 달러에서 2034년 약 89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K-패키징은 K-뷰티가 전 세계 시장을 흔들면서 함께 주목받고 있다. 1983년 설립된 연우는 K-패키징의 대표주자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세계 화장품 100대 기업 중 절반이 연우를 선택할 정도다.

연우는 40년 넘게 쌓아온 기술력으로 국내 화장품 패키징 업계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해왔다. 화장품용 디스펜서를 최초로 국산화했고, 독자 개발한 ‘에어리스(Airless) 펌프’는 글로벌 기업들도 탐내는 기술이다.

 

국내 최초기술 독자 개발

유럽 최대 규모의 패키징 전시회 ‘파리 패키징 위크’에서 지난 2월 수상한 ‘이지 로테이트 에어리스’. 리필을 손쉽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관부터 내부 스프링까지 단일 재질 플라스틱으로 제작해 친환경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연우기자명


연우를 대표하는 기술 에어리스 펌프는 경제성과 사용 편의성, 친환경성을 모두 확보한 세계적인 기술이다.

연우가 1995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이 기술은 외부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해 내용물 산화를 막는 구조로, 화장품 패키징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관련 특허만 60건 이상 갖고 있을 만큼 독보적인 기술이다. 에어리스 펌프는 연우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디딤돌이 되기도 했다. 에어리스 펌프 개발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4년 월드챔프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수출물량이 급증했다. 월드챔프는 수출기업과 코트라가 함께 매칭펀드를 조성해 지원하는 제도다.

에어리스 펌프의 용기 내부는 밀폐된 진공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제품 유통 수명을 최대 15%까지 늘린다. 다양한 제형을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는 것도 특장점이다. 소비자는 첫 펌핑부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일정한 양을 사용할 수 있고, 누액이 100% 방지돼 매우 경제적이다.

에어리스 펌프는 특히 방부제가 없는 제품 등 민감한 내용물을 담는 용기론 최적이어서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들이 앞다퉈 찾는 제품이다.  

연우의 에어리스 기술은 펌프와 튜브, 용기 등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되며 진화를 거듭해오고 있다. 세계적인 인정도 받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패키징 전시회 ‘파리 패키징 위크’에서 연우는  2022년 에어리스 기술이 적용된 3cc 원머터리얼 펌프로 ‘지속가능한 혁신’ 부문에서 수상한 이후 여섯 차례 상을 받았다. 업계 최다 기록이다.

특히 올해 2월 수상한 ‘이지 로테이트 에어리스(EZ Rotate Airless)’에는 상단 헤드를 돌리는 것만으로 내부 용기가 분리되는 직관적인 리필 구조를 적용했다. 용기와 헤드를 일일이 해체하던 기존 방식의 번거로움을 없앴다. 외관부터 내부 스프링까지 단일 재질 플라스틱으로 제작해 친환경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파리 패키징 위크는 화장품뿐 아니라 향수, 주류, 음료 등 다양한 제품군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기술 혁신과 디자인,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따라서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수상작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연우는 이 기술을 화장품을 넘어 의약품, 생활용품 분야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연우가 생산하는 펌프와 튜브, 자(jar) 등 제품 대부분에 에어리스 기술이 적용됐다고 보면 된다.   
 

에어리스 펌프가 적용된 다양한 패키징들.  ©연우 기자명

친환경 기술로 업계 리딩

연우의 친환경 패키징 기술은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수급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플라스틱 대체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에어리스 펌프와 함께 연우의 친환경 패키징 기술력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100% 친환경 제품인 종이 소재 패키징이다. 연우는 한국콜마와 함께 종이튜브와 종이스틱 등 종이 소재를 활용한 패키징을 연이어 상용화했다. 립밤이나 멀티밤, 선스틱, 마스크팩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적용 범위도 넓히고 있다.

2020년 상용화한 종이튜브는 기존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80% 이상 줄였다. 내부에 50㎏ 이상의 하중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강화 기술이 적용됐다. 사용 후 절취선을 따라 종이 부분만 분리배출할 수 있어 재활용 편의성도 높였다. 종이스틱은 특히 ‘제로 플라스틱’을 구현한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내부 방수막 합지로 내용물 변질을 막으면서 본체는 일반 목재 펄프 대신 돌가루 기반 소재를 활용해 나무와 물 소비까지 줄인 것이 핵심이다.

종이 패키징 외에도 사용 편의성과 재활용 효율까지 고려한 친환경 패키징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끝까지 다 쓰지 못하는 잔량을 전체 중량의 4% 이내로 줄인 스틱, 사용자가 원하는 색상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서도 리필 편의를 높인 팔레트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친환경성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잡았다.

연우의 이같이 뛰어난 기술력은  R&D센터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업계 경력 평균 10년 이상의 국내 최다수의 고급 R&D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R&D센터는 매년 100건 이상의 제품화 가능한 콘셉트를 도출하고 있다.  R&D센터는 초고속 3D 프린트 등을 통해 디자인을 모형화, 최단시간에 유용함을 검증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인디브랜드 중심지 성수에 쇼룸 오픈

연우의 패키징 제품이 전시돼 있는 쇼룸 ‘연우 성수'. 화장품 패키징 업계 최초로 2024년 9월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단독 쇼룸으로, 현장에서 즉시 상담이 이뤄지면서 인디브랜드의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연우기자명

연우는 K-뷰티 수출의 중추로 떠오른 인디브랜드의 ‘든든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연우는 초기 투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인디브랜드 특성을 고려해, 소량·다품종 생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화장품 패키징 업계 최초로 2024년 9월에 오픈한 단독 쇼룸 ‘연우 성수’도 인디브랜드 실험의 중심지인 성수동에 자리 잡았다. 연우 성수는 고객사와 직접 소통하며, 최신 트렌드를 제품 개발에 빠르게 반영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이다. 이곳에선 다양한 패키징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현장에서 즉시 상담까지 이어질 수 있어, 오픈 이후 신생·소규모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담 문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연우의 국내 매출 기준 인디브랜드 고객사 비중은 2023년 58%에서 2025년 73%로 증가하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우 성수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업계 소통의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매월 운영 중인 ‘PTR(Packaging Trend Report) 브리핑 데이’는 연우가 발행하는 월간 패키징 트렌드 보고서를 기반으로 업계 동향과 함께 출시 예정 신제품, 개발 중인 제품 등을 선공개하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신청이 조기 마감될 만큼 관심이 커지면서, 연우는 이 공간을 세미나와 신제품 론칭 쇼 등이 열리는 네트워킹 거점으로 키워갈 계획이다.

 

해외 매출 비중 절반 수준

연우의 뛰어난 패키징 기술력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미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과 일본처럼 화장품 산업이 고도화된 시장이 주요 수출처다. 2025년 연우의 매출액 2509억원 중 40%인 998억원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연우는 2022년 한국콜마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제형 개발부터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강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PPS(Packaged Product Service) 시스템이다. 제형과 용기를 미리 구축해 고객이 선택하면 즉시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 협업 모델로,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최대 6개월 단축했. 트렌드 변화 주기가 짧아진 시장 환경에서 이 같은 통합 개발 구조는 인디브랜드의 속도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연우는 향후 한국콜마의 4800여개 고객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디브랜드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한국콜마는 연우가 구축한 북미·유럽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고객사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연우 관계자는 “K-뷰티 성장과 함께 패키징의 역할도 진화하고 있다”며 “사용 경험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차별화된 R&D 역량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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