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약기업들의 1/4분기 경영실적 발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각 사의 성적표에 엇갈린 명암이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의 제약기업인 화이자社의 경우 19일 공개한 1/4분기 경영실적 지표에서 이익이 87%나 급락한 것으로 나타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에 따라 화이자는 올해 전체의 실적에 대해서도 손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존슨&존슨社는 1/4분기 이익이 전년동기에 비해 17.4% 뛰어올라 월街의 예상을 넘어선 실적을 같은 날 공개했다.
와이어스社는 20일 이익이 44%, 매출은 16% 증가했음을 자신있게 내보인 1/4분기 경영실적을 내놓았다. 일라이 릴리社의 경우 매출은 전년동기의 33억8,000만 달러에 비해 4% 향상된 35억 달러, 순이익은 4억400만 달러에서 7억3,660만 달러로 무려 84%나 급신장된 1/4분기 실적을 18일 공개했다. 로슈社도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의 호조 덕분에 매출이 14% 증가해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낸 실적을 내보였다.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의 퇴출로 타격을 입은 머크&컴퍼니社의 1/4분기 실적은 21일(현지시간) 공개될 예정이다.
■ 화이자
화이자는 올해 1~3월 동안 이익 3억100만 달러·주당순이익 4센트에 그쳐 전년동기의 23억 달러·주당순이익 30센트와는 상당한 격차를 내보였다. 매출은 5%가 증가한 13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화이자가 1/4분기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은 관절염 치료제 '벡스트라'(발데콕시브)의 회수결정이 상당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대에 못미치는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화이자의 주가는 18센트 떨어진 27.42달러에 마감됐다.
그래도 분기매출이 향상된 것은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를 필두로 몇몇 제품들의 선전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됐다. '리피토'의 경우 3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동기에 비해 23%나 점프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비해 블록버스터 항경련제 '뉴론틴'(가바펜틴)과 항균제 '디푸루칸'(플루코나졸) 등은 제네릭 제형들의 경쟁으로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부진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벡스트라'의 경우 5,600만 달러 매출에 그쳐 79%나 급감했으며,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도 안전성 문제가 고개를 든 여파로 47% 감소한 4억1,100만 달러 매출에 머물렀다.
현재 화이자측은 2005년을 과도기로 규정했음에도 불구, 올해의 매출실적은 525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던 2004년과 대동소이한 수준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선트러스트 로빈슨 험프리 증권社의 버트 헤이즐렛 애널리스트는 "화이자측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리피토'의 강세가 지속되고, 새로운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리리카'(프레가발린)가 선전을 펼치는 등 몇가지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존슨&존슨
존슨&존슨(J&J)은 1/4분기에 이익 29억3,000만 달러·주당순이익 97센트를 기록해 전년동기의 이익 24억9,000만 달러·주당순이익 83센트를 크게 상회했다. 매출 또한 128억3,000만 달러를 기록해 한해 전의 115억6,00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19일 J&J의 주식 최종가는 69.05달러를 기록해 1센트 올랐다.
J&J가 호조를 보인 것은 '벡스트라'의 퇴출과 다른 COX-2 저해제들의 안전성 제기에 반사이득을 얻은 OTC 진통제 '타이레놀'의 신장이 적잖이 반영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업부별로는 의료기기 부문의 경우 4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16%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업부는 7% 증가한 58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류머티스 관절염·크론병 치료제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 정신분열증 치료제 '리스페달'(리스페리돈) 등이 성장세를 견인했다.
■ 와이어스
와이어스社는 1/4분기에 항우울제 '이팩사'(벤라팍신)과 폐렴구균 질환·폐렴 예방백신 '프리베나',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에타너셉트) 등의 강세에 힘입어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와이어스 제약사업 부문의 1/4분기 매출액은 37억2,000만 달러. 이 중 '이팩사'가 12% 신장된 8억6,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와이어스측은 "항우울제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진입한 데다 안전성 문제의 제기로 차후 전망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프리베나'는 제품개량과 수요확대를 등에 업고 전년동기의 3억9,100만 달러를 2배 이상 추월한 매출을 기록했다. '엔브렐'도 북미시장에서만 2억3,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75%나 급신장했다. 지난해 가을 유럽연합(EU)이 건선 치료용도를 확대한 것도 매출급증에 추진력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호르몬 대체요법제 '프레마린'은 21%나 뒤로 물러선 2억1,100만 달러에 머문 데다 차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프로톤 펌프 저해제에 속하는 항궤양제 '프로토닉스'(판토프라졸)은 아스트라제네카社의 '로섹'(오메프라졸) OTC 제형과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인 듯, 4억900만 달러의 매출로 제자리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증권社의 제이슨 나포다노 애널리스트는 "새 항생제 '타이가실'(티게사이클린)이 올해 중반경 FDA로부터 허가취득이 가능할 것이며, 차세대 항우울제 신약후보물질 'DVS-233'도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어서 '이팩사'의 특허가 만료되는 2008년 이전에 투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 일라이 릴리
릴리는 정신분열증 치료제 '자이프렉사'(올란자핀)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 '스트라테라'(아토목세틴) 등의 매출이 기대치를 밑돌았음에도 불구, 상당히 양호한 1/4분기 성적표를 손에 쥐어 눈에 띄었다.
릴리측은 18일 "2/4분기 실적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올해 전체의 실적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항암제 '알림타'(페메트렉시드),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타달라필), 항우울제 '심발타'(둘록세틴) 등 8개 신제품 기대주들이 총 5억320만 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려 전체 매출액의 14%를 점유했다는 것이다. 전년동기에 이들의 점유율은 9%였다.
특히 '시알리스'는 전년동기의 1억800만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로 39%나 수직상승했다.
항암제 '젬자'(젬시타빈), 골다공증 치료제 '에비스타'(랄록시펜), 항당뇨제群 등 릴리가 자랑하는 스테디-셀러들도 선전을 펼쳐 '자이프렉사'와 '스트라테라'의 부진을 상쇄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전체 실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자이프렉사'는 한층 치열해진 경쟁과 체중증가 가능성이 지적되면서 5% 뒷걸음질친 10억4,000만 달러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스트라테라'도 도매공급가격의 하락·황달 및 간 손상을 언급한 제품라벨 변경의 여파로 15%나 떨어진 1억2,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릴리측은 이들 두 품목이 앞으로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신제품들의 호조에 힘입어 올해 회사의 전체 이익은 9~1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 로슈
로슈의 1/4분기 매출액은 80억9,000만 스위스프랑(68억 달러)에 달해 전년동기의 71억3,000만 달러를 크게 뛰어넘었다.
일등공신은 최근 조류독감의 창궐로 비상시에 대비한 비축수요가 몰리고 있는 '타미플루'.
실제로 '타미플루'는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4배나 신장된 4억2,400만 스위스프랑(3억5,7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유방암과 폐암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하고 있는 결장직장암 치료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도 2억6,000만 스위스프랑(2억1,900만 달러)의 실적으로 로슈의 성장에 엔진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19일 쮜리히 증권거래소에서 로슈의 주식은 2.3% 오른 최종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