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올겨울 독감백신 공급 '비상등'
카이론 '플루비린' 공급중단으로 혼란 야기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10-06 17:41   수정 2004.10.12 15:04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카이론社(Chiron)가 영국에 소재한 생산공장에서 제조공정상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비린'(Fluvirin)을 앞으로 최소한 3개월 동안은 공급할 수 없을 전망이라고 5일 공개했다.

카이론은 매년 미국에서 사용되는 인플루엔자 백신의 절반 가까운 물량을 공급해 온 메이커. 올해의 경우 전체 확보목표량 1억 도스분 가운데 4,600~4,800만 도스분을 카이론측으로부터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플루비린'은 현재 미국시장의 경우 2위, 유럽시장에서는 1위에 랭크되어 있는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올겨울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알리는 '비상등'이 켜질 수 밖에 없게 됐다. 3개월 동안 공급이 불가능하다면, 사실상 올겨울 인플루엔자 시즌에 '플루비린'을 접종받는다는 것은 물을 건너간 시나리오임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당장 다른 메이커들로부터 최소한 5,400만 도스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

카이론의 하워드 피엔 회장은 "영국 보건당국이 리버풀에 소재한 생산공장의 살균 시스템을 조사한 뒤 인플루엔자 백신을 판매할 수 없도록 금지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카이론측의 발표는 미국 보건당국이 올해의 인플루엔자 예방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착수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올해의 경우 지난해 인플루엔자 시즌이 일찍부터 시작되었던 데다 유례없이 강한 위세를 떨쳤던 탓에 예방접종을 원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견되어 왔던 상황. 또 전문가들은 생후 6개월에서 23개월 사이 영·유아들의 경우 충분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위해서는 2회 접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형편이다.

인플루엔자는 미국에서만 매년 3만6,000명, 전 세계적으로는 50만명 안팎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의 줄리 거버딩 소장은 "영·유아와 65세 이상의 고령자들, 장기요양기관 입원환자, 만성질환자, 임산부 등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물량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보건부(HHS)는 "아벤티스社로부터 총 5,200만 도스분의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며, 비강분무형 스프레이 백신 '플루미스트'(FluMist)을 100~200만 도스 정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드이뮨社(MedImmune)가 와이어스社와 코마케팅으로 발매한 '플루미스트'는 2세 이하와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주된 접종대상으로 삼고 있는 기존의 주사제형 제품들과 달리 5~49세 사이의 연령층으로 사용대상이 제한되어 있는 백신이다.

사백신에 속하는 기존의 주사제형 백신과 달리 활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사용한 생백신에 속하는 관계로 면역계의 기능이 떨어진 이들에게는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사용연령층 제한의 이유.

한편 카이론社는 리버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순도와 오염 문제로 인해 이미 지난 8월부터 미국행 선박에 백신을 선적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FDA 생물학적제제평가센터의 제시 굿먼 소장은 "카이론측이 단순한 실수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을 유보하고 있지만, 아마도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과정에서 제품이 장내세균의 일종인 세라티아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미 톰슨 보건장관은 "인플루엔자 백신이 좀 더 신속하게 생산되고 조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을 영국에 파견해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토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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