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화학자 A. 베크먼 박사를 기리며...
<기고> 서울대 명예교수 김병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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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07-01 09:50   수정 2004.07.01 09:51
▲ 베크먼 박사
美 화학회(ACS)가 1998년 '미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화학자 75인' 중 한사람으로 선정했던 화학계의 석학 아놀드 O. 베크먼 박사가 지난 5월 18일 104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베크먼 박사는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pH계, DU 분광광도계, 헬리포트(Helipot) 등 오늘날 기초과학연구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각종 실험기기를 개발해 낸 입지전적인 학자이다.

pH계(또는 pH 미터)는 수용액의 수소이온농도(pH)를 측정하기 위한 기구이며, DU 분광광도계는 물질의 화학구조를 측정하는 장치를 이르는 말이다. 헬리포트는 2차대전부터 사용된 레이다 시스템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기구이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화학과의 피터 B. 더번 교수는 "베크먼 박사야말로 1930년대부터 연구기자재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생명공학이 오늘날과 같이 각광받는데 디딤돌을 놓은 인물"이라고 회고했다.

일리노이大를 졸업하고 칼텍에서 광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베크먼 박사가 pH계의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던 동기는 지난 1932년 캘리포니아産 레몬의 산도(酸度)를 측정하는 방법을 의뢰받은 직후부터였다. 당시까지 pH의 측정은 매우 힘든 절차를 거쳐 측정되었으면서도 그 결과는 매우 부정확했다. 이에 베크먼 박사는 화학과 전자공학을 결합하는 선구적인 혜안으로 간단하고도 정확하게 pH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각종 기초과학 실험기기 개발, 베크먼 쿨터社 창업
생명공학의 오늘 있게 한 장본인 손꼽혀


그 후 베크먼 박사는 캘리포니아州의 한 창고에서 베크먼 쿨터社(Beckman Coulter)를 창업해 오늘날 대표적인 첨단기술 기업으로 일궈내는 사업가적 역량도 발휘했다. 더번 교수는 "베크먼 쿨터社는 하이테크 창업의 선도주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폐쇄된 공간 내부의 산소 농도를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한 이도 바로 베크먼 박사이다. 2차대전 당시 잠수함에 응용되었던 이 기기는 현재 인큐베이터 속 유아가 산소결핍으로 인해 실명하는 상황을 예방하는 용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아놀드&메이블 베크먼 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자선활동을 펼쳐오기도 했던 베크먼 박사는 그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미국 국립발명가 명예의 전당이 선정한 최고업적상(Lifetime Achievement Award), 1998년 국가기술상, 1989년 대통령 시민상 및 국가과학상, 美 국립과학아카데미의 퍼블릭 웰페어 메달 등을 두루 수상한 바 있다.

특히 그가 개발한 pH계는 미국 화학회로부터 '화학계의 역사적인 기념물'(National Historic Chemical Landmark)로 선정되기도 했다.

약학과 생명공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베크먼 박사의 공로를 다시 한번 기리면서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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